제자리 못찿는 신도시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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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도권 5개 신도시중규모가 가장 큰 분당의 전체면적은 약6백만평.
96년 입주가 완료되면 분당은 인구 40만명을 수용하는 현대도시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아파트단지 부근에는 공연문화센터·사회체육시설등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할만한 곳이 없다.
『이곳저곳에 아파트만 우뚝우뚝 솟아있을뿐 영화한편 볼곳이 없어요 .책 한권을 사기위해서도 성남이나 서울까지 나가야하는 실정입니다.』
국민학생·중학생인 두자녀를 두고있는 서모씨(37·여)는 『지난 일요일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서울로 나가 영화도 보고 대형서점에 들러 책도몇권 구입했는데 하루종일 버스와 지하철에 시달려 모두 파김치상태가 됐다』고 했다.
건설부는 96년 입주가 완료될때까지 대형공연장 2곳, 도서관 5곳, 문화센터3곳(청소년 문화센터 1곳)등을 지어 성남시에 기증할 계획이나 이들 문화시설은 아직 착공조차 안된 실정이다.
토개공은 또 서현 전철역을 중심으로한 간선도로변에 연주·영화를 관람할수 있는 소극장과 화랑등을 유치, 문화의 거리로 가꿀 계획을 추진중이나 민간업자들이 평당 1천만원에 이르는 비싼 땅값때문에 참여를 기피하고 있어 사업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같은 문화시설 부재현상은 평촌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토개공은 인구17만명을 수용하게될 평촌에 모두31개의 크고 작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나 문화시설건설계획은 연면적3천평인 도서관신축이 전부다.
산본신도시도 중앙공원내에 문화센터를 세우고 중심상업지구내에 문화시설을 유치한다는 기본계획만 세위놓고 있을뿐 구체적 사업추진계획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사업을 추진한다하더라도 중심상업지구는 땅값이 비싸 문화시설유치가사실상 불가능하고 중앙문화센터의 경우 투자예산이 30억원에 그쳐 좋은 시설이 들어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
서울지역의 경우 종전방학기간에만 학원수강을 허용했던 규제조치가 9월1일부터 풀림에 따라 방학기간인 8월부터 학원수강이 전면 허용되나 신도시아파트 주변에 학원이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때문에 서울노량진 일대 대입학원등에 등록한 학생들은 찜통같은 버스·전철등을 두세차례씩 갈아타며 학원을 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재수생들은 아예 학원주변에 방을얻어 하숙·자취를 하고 있는 실정.
방학동안 이용할 공공도서관이 없는것도 문제.
분당의 경우 성남시 중심가 1곳에 시립공공도서관이 있으나 좌석수가 1천3백석에 그쳐 항상 초만원을 이루기 때문에 아예 도서관 이용을 포기하는 실정.
이에따라 성남시립도서관측은 올들어 3천권의 서적을 갖춘 이동도서차량을 마련, 2주마다 한차례씩 분당시범단지를 들러 가구당 5권씩의 책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으나 대부분의 책들이 소설류등이어서 학습에는 도움을 주지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일산(입주인구=27만명) 중동(17만명) 신도시도 마찬가지.
일산의 경우 8월말 입주를 앞두고 있으나 황토부지에 아파트·학교건물만 들어서 있을뿐 문화시설은 없다.
때문에 교육전문가들은 『문화시설의 불모지에서 정상적인 청소년 정서교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제자리를 못찾는 신도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종합적인 교육·문화시설확충계획을 마련, 시행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석·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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