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쾌적한 곳 쫓아 탈서울 "바람"||30일 첫삽 뜨는 고속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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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달라지는 생활패턴>
시속3백㎞의 「탄환열차」인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생활혁명이 일어난다. 첫삽질도 시작되기 전 이미 그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의 중소업체들이 「탈서울」을 고려하고 있고 이에 덩달아 전철노선을 끼고 있는 천안·대전 등의 땅값이 전철건설계획 발표이후 수십배나 뛰었다.
술좌석에서 고속전철이 주요 얘깃거리로 등장하고 공기도 탁하고 진절머리나는 교통지옥속의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는 샐러리맨들의 바람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장거리출근을 하는 이른바 「신칸센(신간선)족」처럼 우리나라에도 지방에서 살고 서울의 직장에 출근하는 「고속전철족」이 탄생할 조짐이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22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구태여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로 숨막히는 서울에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속전철 정차역 주변에 주거시설은 물론 병원·쇼핑센터·위락시설이 들어서는 등 중부권 일대에 거대한 베드타운이 생길 것이 확실하다.
정부가 각종 혜택을 내걸고 공장의 지방이전과 인구분산을 시도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으나 고속전철 건설로 이같은 목표가 저절로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문화생활을 즐기고 정보를 수월하게 얻는다는 이유로 시골에 내려가기를 거부(?) 하고 있는 의사·연구원 등 전문직업인들도 터전을 지방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역간 심한 편중현상을 빚고 있는 의료자원의 균점 등 바람직한 사회현상이 자동적으로 유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속전철은 또 여행패턴을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경주관광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최소한 1박2일의 일정을 잡아야 하나 고속전철이 총알처럼 달리는 그 때가 오면 굳이 지방에서 돈주고 호텔·여관에서 잠을 잘 필요가 없어진다. 배낭 하나 덜렁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 밤에 집으로 돌아와 잘 수 있게된다.
회사원들의 경우 지방출장 때 숙박비를 따로 받을 필요도, 불가피한 외박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 고속전철이 생겨 여러 가지 좋은 점도 있지만 소음공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신간선이 「최대의 폭주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음민원이 끊임없이 발생, 골머리를 앓고 있다.
74년에는 나고야 주민 3백95명이 일본국철(JR)을 상대로 소음공해 배상소송을 내는 바람에 4억8천만엔을 물어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환경처의 조사분석결과 고속전철주변에 방음벽을 설치하더라도 소음이 80∼90데시벨(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철저한 방음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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