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가 “정신질환자 위험”… 아직도 편견 심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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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08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①100명에 한 명 ②50명에 한 명 ③20명에 한 명 ④다섯 명에 한 명. 정답은 4번. 어느 나라에서나 이 비율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국민의식은

중앙SUNDAY가 단독 입수한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태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이는 6.4%에 불과하다. 1번이라고 답한 사람이 36.6%로 가장 많고, 뒷번호로 갈수록 응답자가 적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정신질환이 ‘희귀한 병’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정신보건 선진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의 경우 42%가 정답을 맞혔다. 우리와는 반대로 앞번호로 갈수록 응답자가 적었으며, 1번이라고 답한 사람은 7%에 불과했다.

이 보고서는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지난해 11, 12월 전국 10~60대 남녀 2029명을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지난달 말 작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003년과 2005년, 뉴질랜드에서 2003년에 같은 문항으로 조사한 결과와도 비교했다.

우리 국민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는 나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한번 정신질환에 걸리면 항상 문제가 있다’는 항목에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50.6%로 2005년(36.7%)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위험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12.7%로 뉴질랜드(38%)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45~69세 노ㆍ장년층은 5.6%에 불과해 뉴질랜드의 7분의 1 수준이었다.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의 벽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은 10.7%, ‘위험하다’는 응답은 76.5%였다.

‘정신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81%로 2005년보다 오히려 약 9%포인트 하락, 뒷걸음질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93%였다. 정신질환은 세 명에 한 명꼴로 평생 한 번은 걸릴 정도로 흔한 병이라는 게 정설이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도 68.7%로 2003년(71.5%), 2005년(71.8%)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노ㆍ장년층은 53.9%로, 77%인 젊은 층과 큰 차이를 보였다. 뉴질랜드는 88%였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03년 62.7%에서 지난해 조사는 66%로 향상됐지만, 뉴질랜드의 87%에는 크게 못 미쳤다.

유일하게 뉴질랜드보다 높은 인식을 보인 것은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과 얘기하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라는 항목에서다. ‘그렇다’는 응답이 58.3%로 뉴질랜드(76%)보다 훨씬 낮았다.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친구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한 노ㆍ장년층은 80.9%로 뉴질랜드(49%)의 두 배에 가깝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차별 받는다’고 응답한 노ㆍ장년층도 90.4%로 아주 높다. 젊은 층은 85.5%, 뉴질랜드는 73%였다. 하지만 ‘나는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에 대해 점점 더 포용적이 되는 것 같다’라는 항목에는 노ㆍ장년층의 72.7%가 ‘그렇다’고 응답해 젊은 층(49.1%)을 크게 앞질렀다.

‘직장 동료로 함께 일할 수 있다’ ‘동네에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 모여 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바로 옆집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한 반응은 각각 6.41, 6.26, 5.94점(10점 만점 기준)으로 다소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동네에 사는 것에 대해 노ㆍ장년층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내 자녀를 돌보는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에 대한 반응은 2.85점으로 극히 낮았다.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낮은 수용도를 보인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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