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차별정책에 반기/슬로바키아공 분리운동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89년이후 정부보조금 마저 폐지/실업률 체코공에 비해 4배 높아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에서 실시된 총선결과 슬로바키아공화국의 분리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89년 이른바 「벨벳혁명」으로 민주화된 이후 진행된 개혁과정에서 슬로바키아의 분리움직임은 고조돼 왔으며 총선결과는 이같은 움직임을 공식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멸망과 함께 체코 및 슬로바키아가 하나의 국가로 탄생했다. 그 이전까지 체코지역은 약 3세기동안,슬로바키아지역은 약 1천년동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2차대전중 나치점령아래서 슬로바키아가 나치 괴뢰정권으로 독립해 6년동안 존속했으며 지난 69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각각의 공화국으로 하는 연방국가가 됐다.
공산체제하의 체코연방은 두 공화국의 분리움직임이 표면화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두 지역 주민들은 거의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별히 갈등을 빚을만한 계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두 지역간의 주된 차이는 2차대전 전까지만 해도 체코가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슬로바키아는 농업중심의 낙후된 사회였다는 점이다.
2차대전 이후 들어선 공산정부는 슬로바키아 지역에 무기산업을 중심으로한 중화학공업을 집중 건설했다. 이것이 오늘날 슬로바키아공화국에서 일고 있는 분리움직임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89년 민주혁명 이후 체코연방정부는 급격한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과거 공산정부가 유지해오던 정부보조금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다시피 했고 그 결과 슬로바키아 지역의 주요산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슬로바키아의 군수산업 등은 구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을 시장으로 삼고 있었는데 이들 시장이 동유럽 민주화 과정에서 소멸됨으로써 이 지역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체코지역에 비해 몇배나 심한 것이 되고 있다.
실업률은 체코가 2.85%,슬로바키아가 11.3%에 달하고 있으며 외국의 투자는 90%이상이 체코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 비해 올해 1,2월 체코연방의 산업생산은 평균 37%가 하락한 가운데 체코지역은 평균을 밑도는 31%,슬로바키아지역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47%가 하락하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체코연방 전체 1천5백만인구중 1천만명이 체코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슬로바키아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통계치보다 훨씬 더 크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연방 전체로는 제2당으로,슬로바키아지역에서는 제1당으로 부상한 슬로바키아 민주운동당은 이같은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개혁속도를 늦추고 각종 복지혜택 등을 현재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나아가 연방전체 주민분포상 슬로바키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만이 슬로바키아 주민들의 이익을 좀 더 지킬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아래 슬로바키아 독자의 헌법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이 선거를 통해 확고한 지지를 획득한 것이다.<강영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