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랠리’ 기대 성급 1분기 실적부터 챙겨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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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8면

한ㆍ미 FTA 협상 타결 이후 증시의 투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 증시가 반등하는 등 해외 쪽 순풍이 가세한 측면이 있지만 ‘FTA 효과’가 적잖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주식값을 끌어올린 것인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지난주 외국인은 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국 증시를 외면해온 외국인이 복귀한 데는 FTA 타결 호재가 한몫했음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FTA 랠리(장기 상승)’ 관측도 나온다. 밑바탕에는 미국이 한국과 FTA를 통해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한국의 주가를 올리는 것이란 인식이 깔려있다. 그 시나리오를 보자. 무디스와 S&P 등 미국의 신용평가사들이 FTA를 계기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린다. 이는 한국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하며 주가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뒤이어 모건스탠리 등 미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현재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는 한국 증시를 선진국 시장으로 격상시킨다. 그러면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 주식 편입 비중을 높이게 되고 주가는 더 오른다. 미국 증권사들은 북ㆍ미 관계 개선 등 다른 호재를 엮어가며 한국 주식 매수의견을 계속 낸다. 한국 증시는 한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한국의 주가가 50% 정도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이때 미국 투자자들이 챙길 시세차익은 줄잡아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800조원) 중 미국계 자금이 줄잡아 200조원이니 그런 계산이 나온다. 미국이 FTA를 통해 한국의 쇠고기시장을 완전히 열어봐야 한 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주가 상승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이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한ㆍ미 양국의 국회 비준을 거쳐 FTA가 발효되기까지 2년은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만으로도 한국 증시는 든든한 버팀목 하나를 확보한 셈이다.

이번 주에는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내놓는 ‘어닝 시즌’에 본격 돌입한다. 국내 증시에선 10일 LG필립스LCD를 시작으로 12일 포스코, 13일 삼성전자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그 내용에 따라 증시는 일희일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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