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대포항 개발 매립면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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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해안의 대표적인 관광 어항인 강원도 속초 대포항의 개발 규모를 놓고 속초시와 지역 환경단체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은 심각한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이 우려된다며 바다 매립 면적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속초시는 종합 관광 어항으로 개발하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 확대된 개발 계획=당초 해양수산부가 1997년 국비 4백억여원을 들여 대포항 앞바다 2만6천여평을 매립,물량장과 호안.방파제를 확장해 순수 어항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속초시와 대포항 일부 주민들이 어항 시설 외에 횟집단지와 호텔.해양 체험시설 등을 갖춘 종합 관광 어항으로 개발해 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8백38억여원을 들여 5만6천여평을 매립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바뀌었다. 5만6천여평 중 2만9천여평은 항만 확장 등 공공 용지로 사용하고 2만7천여평은 위락단지용으로 지역 주민과 일반인에게 분양할 계획으로 해양수산부와 속초시는 이달 말쯤 기공식을 갖고 2009년 준공할 예정이다.

사업이 끝나면 10t급 어선 4백30여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어항 시설은 물론, 음식.숙박업소 등이 들어서 국내 최대의 종합 관광 어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발하는 환경단체=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발표한 '대포항 확장.개발 계획의 문제점과 그 대안'조사 결과서에서 5만6천여평 규모로 잡힌 매립 면적을 2천여평으로 줄이고 길이 1천80m로 축조 예정인 방파제도 5백70m로 줄이는 등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계획대로 개발할 경우 해양 생태계 파괴와 인근 지역의 해안선 침식 등 환경 파괴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속초 관광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해변 경관과 전망, 어촌 정경 등이 일품인 대포항의 매력이 없어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서는 "현재 2천여평인 대포항의 상업 지역을 2만7천여평으로 확장할 경우 지금보다 12배가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야 하는데 연간 관광객 증가율이 10%인 것을 감안할 때 27년이 지나야 달성할 수 있다"며 "이용객 증가율을 고려 안한 대규모 개발은 전체 상권이 쇠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대포항 개발 계획과 관련, 속초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여론 조사를 실시한 뒤 결정할 것을 속초시에 촉구하고 있다.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 이광조(38)사무국장은 "속초시의 개발 계획은 환경 파괴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속초시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전국의 환경단체와 연계 투쟁도 벌여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 초시 입장=현재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이 협소해 관광 성수기만 되면 7번 국도변이 주차장으로 변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포항 개발은 불가피한 상황이며, 지역 주민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개발을 원하고 있는 만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 파괴에 대해선 "환경영향 평가 결과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대포항 개발사업소 관계자는 "날로 증가하는 대포항의 관광 수요를 충족하고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매립을 통한 어항 시설과 관광.휴양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며 "공사 과정에서 환경 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동대 부설 해양항만기술연구센터 김규환(42.해안항만공학과 교수)소장은 "대포항의 어항 기능만 확충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할 필요가 없다"며 "주 5일 근무제와 동해고속도로 4차선 확장에 대비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金소장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해양 및 해안선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공사 기간은 물론, 준공 후 최소 5년 동안 꾸준히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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