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3대 쟁점법안 또 무산시킨 무능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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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립학교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안, 로스쿨법 등 이른바 '3대 쟁점 법안' 처리가 무산된 채 4월 임시국회가 어제 끝났다. 25일 양당 정책위의장이 타협점을 찾았지만 열린우리당의 내부 반발로 주저앉고 말았다. 사학법의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 구성 비율 때문이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양당 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 대결을 하기로 했었다. 한나라당 안은 학교운영위(또는 대학평의회)와 이사진 측 인사를 같은 수로 하고, 열린우리당 안은 학운위 측 인사가 추천위의 과반을 차지하되 일부 종교사학만 동수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사람과 집단마다 이념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는 것이 정치다. 상대의 굴복만 요구한다면 정치가 아니다.

쟁점 법안들은 더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매일 800억원의 적자가 쌓여 가고 있다. 이 개정안과 한 묶음인 기초노령연금법만 통과시켜 놓았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60%인 400만 명에게 8만9000원씩 나눠주는 내용이다. 다음 세대에 연금 고갈뿐 아니라 막대한 재정적 부담까지 떠안겨 놓은 상태다. 법학대학원 법안도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준비해온 대학들은 물론 학생들의 진로 설계에도 엄청난 혼란을 주고 있다.

결국 쟁점 법안 처리는 6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하지만 그때라고 달라질 것이 없다. 지금도 온통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는 정치인들의 관심이 되돌아올 리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표를 좇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타협보다 강경한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 통에 멍이 드는 것은 일반 서민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사학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합의한 내용이니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무리 정치판의 신뢰가 무너지고 금도를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협상 내용 중 단것은 삼키고 쓴것은 뱉어버린다면 그 후의 사태는 어떻게 감당하려는 건가. 이런 정치인들을 국민의 대표라고 뽑아 놓은 것이 후회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