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늘에서 벗어나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호 19면

기아차 주가를 보면 ‘위기론’이 무색하지 않다.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 뒤 추락한 기아차 주가는 2000년부터 상승세를 유지하다 지난해 초엔 2만8000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금 주가는 1만1000원대로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한다. 1년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장이 보는 기아차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떨어진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주력 품목인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위축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돈을 벌지 못하니 빚만 늘고 금고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시각으로 슬슬 위기론이 불거져나왔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위원은 “카니발 후속 신모델을 내놓는 등 의욕을 보이지만 내수에서 만회를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해 그 벽을 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 더 좋은 모델을 출시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다.

흥국증권 송상훈 기업분석팀장도 “전체 내수시장이 쪼그라들면서 SUV의 주된 수요층인 자영업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2001년 1300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최근 930원대로 추락했다. 최근 1년여만 봐도 환율은 9%가량 떨어졌다. 경쟁자인 일본 업체들이 2년간 엔화 약세로 함박웃음을 짓는 것도 기아차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 내수 판매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환율이 더 떨어지면 수출이 끊겨 위기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아차의 해외 재고는 5개월분이 넘는다. 원래는 3.5개월분이 정상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선 유동성 위기와 같은 파국을 겪을 정도는 아니라는 낙관론도 있다.

송상훈 팀장은 “지난해 말 기아차의 순차입금이 2조3000억원인데 올해 해외투자 등으로 1조5000억원이 더 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년 이후로는 차입금이 더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고, 자기자본ㆍ자산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내수ㆍ환율ㆍ지배구조 문제가 겹치면서 과거 부도났을 때의 쓰린 기억을 떠올리는 ‘잔상 효과’가 위기론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박화진 연구원은 “투자지출 등으로 2010년까진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재무구조를 갖게 된다”며 “하지만 환율 상승과 내수시장 호전으로 2010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2%를 돌파하면 차입금 상환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