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박이」가 무슨죄…(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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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동작동성당은 새벽이면 기도객들이 붐비는 인근지역의 명소다.
이 성당 앞마당 마리아상 앞에서 숨진채 버려진 생후 2개월된 아기가 발견된 것은 7일 오전 5시쯤.
『처음에는 무슨 가방이 놓여 있나 하고 다가갔어요. 설마 숨진 아기가 버려져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새벽 기도객을 위해 눈을 비비며 마당을 정리하러 나왔던 성당 관리인 김상기씨(56)는 아기의 시신 옆에 놓인 쪽지를 읽으며 기가막힐 뿐이었다.
「우리 공주는 세상의 축복을 받지못하고 태어난 아이예요. 죄많은 엄마때문에 하나님 품으로 가고 말았어요.」
쪽지에는 제법 또박또박한 글씨로 숨진 아기를 이곳에 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 사연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아무리 힘들었다고 하지만 어머니로서 천륜의 정을 이렇게 저버릴 수 있나요. 글씨나 문장으로 보아 배울만큼 충분히 배운사람 같은데…』
엄마를 찾을 길 없는 숨진 무명의 「공주」는 10일 구청으로 넘겨져 땅속에 묻히고 말았다.
『그동안 수많은 변사사건을 처리해 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봅니다. 아마 말못할 사연이 있겠지만 왠지 씁쓸하기 그지 없네요.』
신고를 받고 「사건」을 처리한 형사는 『젊은 세대들의 축복받지 못한 아이들이 수없이 태어나고 죽어가며 버려지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며 내내 혀를 찼다.
성모마리아상의 인자한 미소 너머로 「아이들은 내일의 희망」이라는 빛바랜 표어가 이 아기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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