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 역조는 구조적 문제”/한­일 경제현안 일본측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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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전요구 기술 민간차원이 바람직/시장개방 요구 상호주의에 어긋나
올 연초 한일 정상회담이후 양국간의 무역불균형 시정과 산업기술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키위해 수차례 실무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우리측의 기대와는 달리 일본측은 한국의 요구가 의례적·형식적이며 기본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이 그동안 실무회담에서 일본측이 제시한 논리를 정리한 것을 요약,소개한다.
▲무역불균형=한일간 무역역조의 근본원인은 일본의 자본재·부품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일본이 연간 1천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하나 이는 경제규모에 비해 과다한 것이 아니며 그럼에도 일본은 흑자감축을 위한 노력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노력은 세계경제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특정국에 대한 역조시정 차원에서 추진키는 곤란하다.
한국은 일본이 대미 무역불균형 시정차원에서 미국에 허용한 개방조처를 한국에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기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일본의 수출이 미국산업을 위축시키는 면이 있는 반면 시설재·원자재를 위주로한 일본의 대한수출은 오히려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한국은 양국간 무역불균형 문제를 국내의 반일감정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인상이다.
미국의 대외통상압력이 쌀 생산업자등 특정산업의 로비에서 비롯된 것처럼 한국의 국제수지적자,특히 수출부진에 대한 우려가 특정산업으로부터의 로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산업기술이전=기본적으로는 민간차원의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정부가 나선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기술이전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제시는 미흡하며 제시된 방안도 일관성이 없다. 한국기업이 요구하는 산업기술은 일본으로서도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든 최첨단기술로 쉽게 내줄 수 없는 것이며 지적소유권 미비로 이전을 기피하는 경향을 초래하고 있다.
해외투자를 고려하는 일본 기업입장에서 한국과 동남아를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첨단산업 및 기술을 유치하기 위한 한국의 대내적 환경은 동남아국가에 비해 미흡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본 투자업체의 노사관계가 식민통치의 연장선에서 인식되고 있는 인상이다. 기존투자기업도 투자를 청산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투자환경은 정치환경과 밀접히 연계돼 투자전망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 무역불균형 개선과 산업기술이전은 동시에 해결될 수 없는 과제로,산업기술이전은 결국 기자재나 부품에 연결돼 진행되므로 무역불균형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기타 한국이 요청한 시장개방 문제=한국이 요구한 관세인하 품목은 일본으로서도 매우 민감한 품목이다. 한국이 수입선다변화·건설시장 미개방·일본문화 유입억제등 일본에 대한 시장참여 제한제도를 유지하면서 일본에 일방적인 개방만을 요구하는 것은 상호주의 논리에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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