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식요법(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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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암 송시열이 제주도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도중 해남에 낙향해 있던 고산 윤선도를 찾아갔다. 때는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철.
고산은 우암의 고초를 위로하면서 돼지고기 요리를 대접했다. 여름철 돼지고기는 「잘해야 본전」이란 말이 있듯이 돼지고기를 든 우암은 이내 설사를 하고 말았다.
이 일화는 각각 남인과 서인으로 갈라져 정적관계였던 고산이 우암을 골탕먹인 것이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사실은 정반대로 극진한 접대였다는게 정설이다. 즉 설사를 통해 우암의 귀양살이중 체내 노폐물을 깨끗이 배설시키려는 우정어린 대접이었다는 것이다.
한(땀)과 토(구토)·하(배설)는 한방의 3대 치료원리. 태고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단식요법도 하의 한 치료방법이다.
1900년대 들어 단식을 세계적인 질병치료법으로 널리 확산시킨 사람은 아스구레비아데스. 그후 단식은 장내에 퇴적된 숙변을 배설시키고 몸안에 쌓인 각종 독소와 세균 등을 제거하는 적극적 치료요법과 고혈압·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요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현대의학도 단식을 통한 장의 휴식과 노폐물제거를 병인을 없애는 지름길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식요법은 식욕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고 몸에서 노폐물이 빠질때의 악취,회복기의 주의요령 등을 지키기 어려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최근 단식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절식식품이 개발돼 상당히 유행하고 있다 한다. 절식요법은 단식과는 달리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게 장점. 과일·야채·해초 등을 섞어 숙성발효시킨 효소즙을 물에 타 마시는 일종의 자연식 식이요법이다.
식생활은 모든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다시없는 치료수단도 된다.
『식생활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어떠한 요법으로도 고칠 수 없다.』
서양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의 말이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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