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왜 이러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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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대가 전국 1백32개 대학중의 1개 대학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울대가 대학의 대학으로서 선도적 기능과 대학교육의 전체 향방을 가늠하는 위치에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지방의 한 대학이 대학의 자율성을 외치며 대학본고사 시험과목을 5과목으로 늘렸다든지,제2외국어에서 일본어를 대학의 방침에 따라 제외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서울대이기 때문에,단순히 1백32분의 1인 대학이 아니라 대학의 전범인 서울대이기 때문에 전체 중등교육에 미치는 파장이 깊고 큰 것이다.
원래 교육부는 94년 새 대입시안에서 본고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영·수를 제외한 선택과목중의 극히 제한된 범위의 일부를 권고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이 교육부안은 서울대의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불신과 자율적 선택이라는 압력에 눌려 후퇴했고,세칭 일류대학은 대부분 서울대 형식의 도구과목 위주의 본고사 부활이라는 흐름을 타게 되었다. 그 결과 고교교육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려한대로 서울대반 연세대반 고려대반이라는 파행적 교육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되었다.
여기에 서울대는 제2외국어중에서 일본어를 제외함으로써 다시 기존 고교교육현장을 무시한 독선적 입장을 보였다. 물론 대학의 자율성과 건학취지에 따라 일본어를 학과로 설치하지 않을 수도,일본어를 시험과목으로 제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한 대학이 아니라 대학을 주도하는 서울대이기 때문에 시대에 역행하고 교육현장의 실상을 무시한 안하무인의 독주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우리는 오늘의 교육현실에서 서울대는 하나의 대학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서울대의 독선적 자율권에 대해 자제와 개선의 태도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서울대의 학생선발 요령이 서울대 한 대학에만 국한된 파장이 아니라,중등교육 전체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한 대학의 자율성만을 신장하기에 앞서 교육현장의 실상과 파급효과를 감안한 현실적 교육개선안이 서울대 쪽에서 나와야 한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따라서 입시요강 발표이후 비난과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들,과다한 본고사 과목수와 제2외국어에서 일본어 제외등을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서 재점검하고 무엇이 과연 현실과 이상이 어울리는 학생선발의 개선 방식인가를 재검토하도록 당부한다.
서울대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중등교육과 대입제도,그리고 여타 대학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감안한 신중하고도 지혜로운 안이 제시되지 않고서는 서울대가 중등교육을 파행으로 이끈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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