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손 관절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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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50대 중반의 부인이 최근 진찰실에 찾아와 『손목이 아파 엄지손가락을 움직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문제의 손목에 대한 방사선 촬영과 류머티스 여부를 가리기 위한 혈액검사 등을 했으나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최근 들어 특별히 손을 많이 사용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맏딸이 아들을 낳았는데 그녀석이 귀여워 보아준 것밖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고 했다.
이 부인처럼 엄지손가락 부근에 빈발하는 이른바 무지건초염은 엄지손가락을 펴고 회전시키는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과정에서 서로 마찰이 심해져 섬유막이 붓는 동시에 좁아져 통증을 느끼는 질병이다.
이 병은 30∼50대에 잘 생기며 대개는 한쪽 손목에만 생기나 종종 양쪽 손목에 생기는 경우도 있고, 여성들이 각종 가사로 손 관절의 동작이 많기 때문에 남성보다 10배정도 많이 생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무지건초염이 생긴 경우는 피아노를 치거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등의 직업적인 이유나 선천적인 근육의 배열이상 또는 류머티스 관절염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어 생기는 경우는 김장이나 빨래 등 평소에 안하던 손의 동작을 과도하게 함으로써 오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손목의 엄지손가락 쪽 뼈가 돌출 된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되고 심한 경우에는 그곳이 붓기까지 하며 손목과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 손목을 새끼손가락쪽으로 틀거나 엄지를 손바닥쪽으로 움직일 때 통증이 가장 심해 손에 쥐고 있던 물체를 떨어뜨리기도 하며 때로는 통증이 팔 위로 뻗치는 경우도 있다.
발병 후 6주 이내에는 무리한 손동작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손을 석고부목으로 고정한다든지, 평소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는 방법 등으로 대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으나 재발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이런 방법으로 효과가 없을 때는 붓고 협착된 건막을 수술해야하며 근육의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 이를 바로 잡아야한다.
통증에 대한 투약과 환부의 온열찜질, 그리고 국소마취제 주사를 세 번 정도 놓은 결과 증상이 호전된 후 『외손자를 위하느니 방아깨비를 위하라는 옛말이 있는데, 이 다음에 이 녀석한테 효도나 받을 수 있을는지…』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는 그 부인에게 『요즘은 아들을 둔 부모는 버스를 타고 딸을 둔 부모는 비행기를 탄답니다』고 궁색한 위로를 했다. 채인정<고대병원·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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