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정간 「프라우다지」/연방해체후 지방지로 “추락”(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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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시 문닫은 원인과 러시아언론계의 「오늘」/부수 70%줄고 돈줄 끊겨 적자에 허덕/「가격자유화」강풍으로 자구노력 무산/다른 신문도 발행일단축 대처
구소련공산당기관지였던 러시아의 프라우다지가 14일부터 발행을 잠정중단했다.
프라우다는 1921년 블라드미르 레닌에 의해 창간돼 지난 70여년간 구소련공산당의 권위있는 대변자로 행세해왔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집권이래 페레스트로이카의 열풍,공산당의 약화 등으로 부수가 격감하기 시작했다.
공산당의 1당독재를 공식포기한 90년에는 전년에 비해 정기구독부수가 69.7%나 줄어든 하루 2백여만부 수준으로 밀려났다.
프라우다의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것은 지난해 8월 보수쿠데타 실패이후 정부가 공산당을 불법화하고 재산마저 사실상 몰수했기 때문이다. 더이상 공산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된 프라우다는 독자들의 성금과 구공산당원등의 성금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그러나 소연방해체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가격자유화는 프라우다의 자구노력을 무산시켰다.
연방해체에 따라 전국지에서 지방지로 전락한 셈이 됐고 개혁적 성향이 보다 뚜렷한 러시아에서 보수성향의 프라우다지부수는 더욱 떨어져가기만 했다.
특히 가격자유화조치이후 구공산당원들의 「성의」도 폭등하는 물가를 충분히 상쇄시켜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프라우다는 지난달 14일 독자들에게 1인당 30∼50루블씩 기부금을 내달라는 사고를 게재했다.
이미 신문 한부 가격을 0.1루블(10코페이카)에서 1.5루블로 인상하고 인원을 3분의 1로 감축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사옥의 전기료마저 납부하지 못했다.
결국 프라우다는 14일 『일시적으로 신문발행을 중단하되 가능한 시기에 다시 발행하기로 했다』고 자진 정간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프라우다 외에도 치솟는 제작경비를 감당하지 못해 트루드·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등 대표적인 신문들이 발행일수를 줄이고 있다.
몇몇 신문들은 독자들을 상대로 이대로 가다가는 폐간할 수 밖에 없다며 협박조로 성금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19일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재정난으로 결국 신문발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자진 정간을 예고하기도 했다.
구소련 언론계가 직면한 이와 같은 상황의 주된 원인은 경제개혁 과정에서 신문용지 및 인쇄비용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1월2일 단행된 신문용지 가격 자유화이후 한달사이에 t당 가격이 5천5백루블에서 1만3천7백50루블로 두배이상 뛰어 올랐다.
여기에다 인쇄비용 및 제작인건비도 급증해 1부당 제작단가가 트루드의 경우 72코페이카가 되었다. 그러나 신문사가 독자로부터 받는 구독료는 중간비용을 빼고 1부에 9코페이카밖에 되지 않아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프라우다 역시 비슷한 과정으로 1부당 손해가 9코페이카씩 나고 있으며 다른 신문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따라서 1천3백50만부,1천2백만부씩을 각각 발행하는 트루드·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등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일수록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어렵게되자 신문사들은 정기구독료를 현재의 30루블에서 1백60루블로 인상하거나 신문부수 또는 발간일수를 줄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로 프라우다는 화·목·토 주3일,이즈베스티야 등은 주5일씩 신문을 발행하고 있으며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트루드 등은 주4일씩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봉책만으로는 적자를 만회할 수 없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경우 발행일수를 줄인다하더라도 금년 예정적자가 19억3천3백만루블에 이른다.
결국 신문이 살 수 있는 길은 구독료를 올리거나 광고를 적극 유치해 서방언론사들처럼 완전한 상업언론의 길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신문들의 하소연이다.
예고르 가이다르 러시아 부총리도 『신문업계가 직면한 상황을 이해하나 자본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언론만이 예외일 수 없다』며 특혜에서 하루빨리 탈피하길 촉구하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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