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덩달아 “개점휴업”/소속정당 출마자 선거운동원으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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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역살림살이 외면 회의 성원 미달사태/선거본부로 사무실 빌려주기도
지방의회 출범후 첫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상당수의 지방의원들이 특정 출마예정자 선거운동에 몰두,지역 살림살이를 뒷전으로 떼밀고 있어 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소리가 높다.
대부분의 지방의원들이 소속정당의 당직자·선거참모로 각종 정치집회에 참석하거나 지연·인맥에 따라 출마예정자의 선거운동을 벌이느라 지방의회 회의에 불참하는 사례가 속출,지방의회가 사실상 「개점휴업」사태를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과열현상은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에게 영향력이 크고 선거조직이 있는데다 지난 기초·광역선거에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품앗이」형태로 선거운동 참여를 권유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참여=서울시의회 의원 1백37명중 절반인 67명이 현직 지구당 부위원장 또는 중앙당 간부로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부산시의회의 경우도 전체 51명중 20여명이 지구당 부위원장·후원회장 등 신분으로 민자당 선거운동을 위해 뛰고 있으며 대구시의회도 전체 28명중 26명이 민자당당직자로 활동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도의원 3명이 여야 출마예정자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기초의원도 2백23명중 대부분이 여당측 홍보요원·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의원중엔 K의원등 3명이 출마예정자의 선거대책본부장·기획실장으로 영입됐으며 H의원등 5명은 선거일 공고후 선거참모로 뛸 채비를 갖추고 있다.
광주시의회도 K부의장과 J의원이 지구당 선거대책본부장과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등 사실상 23명전원이 직·간접으로 선거전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의회 S의원은 아예 자신의 사무실을 특정후보의 선거운동본부로 쓰고 있다.
◇의회운영 차질=서울시의회 재무경제위원회는 3일 오후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대한 조사결과 보고를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전체의원 15명중 4명만이 참석,성원이 안되는 바람에 회의를 1시간 연기하고 의원들을 불러모았으나 끝내 의결정족수인 과반수가 안되는 7명만이 참석해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날 불참자 8명중 5명은 현직 민자당부위원장이었다.
특히 서울시의회 민주당 간사인 K의원은 시의회 참석은 물론 자신의 사무실도 비운채 아예 지구당 사무실에 상주하며 선거운동을 지휘하고 있다.
또 지난달 25일부터 열린 전북도의회도 전체 의원 51명중 매일 15명내외가 회의에 불참했다.
지난달 28일 첫 소집한 해양도시가스 폭발사고 진상규명 광주시의회특위는 소속의원 7명중 3명만이 참석,지역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무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각 지방의회는 대부분 회의소집을 총선이후로 미루고 있어 지역살림살이가 총선바람에 밀려 실종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지방의회 관계자들은 『지방의원이 본연의 임무엔 관심이 없고 총선 선거운동에 과열현상을 보이는 것은 지방자치 발전 측면에서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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