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사흘만에 기형여부 판별/영서 진단법개발돼 선천성질환 예방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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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 염색체 이용… 일반화 아직 어려워
○극초기 유전검사법
임신후 72시간만에 유전검사를 통해 기형아의 출산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산부인과학연구소 핸디사이드 박사팀은 최근 선천적 질환을 두려워하는 한 부부로부터 난자와 정자를 받아 이를 수정시킨후 3일만에 염색체검사를 실시,이상이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극초기유전진단법」이라 불릴만한 이 산전기형테스트는 기존의 양수검사나 융모막검사가 각각 임신 20주나 10일쯤에 실시하는데 비해 훨씬 조기에 실시되는 장점외에도 수정란이 정상이 아닐 경우 산모의 자궁에 이식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산모될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핸디사이드박사는 『임신 72시간후 수정란은 8개의 작은 세포로 분열하는데 이중 한개를 떼어 염색체의 이상유무를 검사하는 것으로,특히 이 검사방법은 성염색체를 통해 유전되는 질환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Y염색체를 통해 유전하는 질환은 뇌수축증 외에도 근육무력증·경련성뇌성마비·혈우병 등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도 약2백여종에 걸린다.
그러나 이런 산전진단법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이 검사법은 유전진단을 합법적인 이유로 내세우며 태아의 성감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또 의학적으로는 검사의 정밀도가 떨어져 건강한 배아가 유전적 이상이 있는 배아로 오인돼 제거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핸디사이드박사 자신도 『현재 5건의 검사만을 가지고 이 방법이 일반화될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검사법이 아직은 값이 비싸고 검사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운 점이 있는 등 실용화를 위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또 『이 검사법이 완전 실용화되더라도 성스러워야 할 인간관계가 인위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같은 인위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테네시대학의 카슨박사팀은 이 검사법의 「절충」을 모색하고 있다.
카슨박사는 『남녀로부터 각각 정자와 난자를 채취,시험관속에서 결합시켜 수정란이 건강할 경우 자궁으로 이식하는 방법 대신 일단 정상적인 성관계로 임신된뒤 자궁속에서 떠다니는 수정란의 배아를 꺼내 염색체검사를 한뒤 자궁으로 다시 옮기면 심리적으로 좀더 신중한 자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산모가 당장 이 방법을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특히 인공임신의 경우 이 방법은 당장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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