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근의대선표심읽기] 한나라 경선 여론조사 '4만 명 vs 20%'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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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이 수렁에 빠졌다. 대선 예비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 사이의 '2차 경선 룰 공방' 때문이다. 빅2 양 진영이 소위 '합의사항'의 쟁점 하나 하나를 놓고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모두 열거하기는 힘들다. 최종 합의가 언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양측이 가장 첨예한 대치하고 있는 쟁점이 어떤 것인지는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일반 유권자에겐 다소 생소한'여론조사 반영률 문제'가 그것이다.

국민 지지도가 당내 지지보다 더 높은 이 전 시장 측은 여론조사의 비중이 커질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당내 지지도에서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은 여론조사가 적게 반영될수록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미 합의해 놓은 총론 성격의 경선 방식은 전체 선거인단 수를 20만 명으로 못 박고, 그 구성 비율은 대의원, 당원, 국민참여, 여론조사를 각각 2:3:3:2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여론조사 비중이 20%이니까 20만 명 가운데 4만 명은 여론조사 몫으로 제쳐놓게 된다. 나머지 대의원, 당원, 국민참여를 합쳐 80%인 16만 명이 경선 현장에 나올 선거인단의 숫자다. 문제는 이 선거인단 16만 명 전부가 경선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뽑은 경선에서는 40.6%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만약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비여론조사 선거인단 투표율이 50%로 높아져 16만 명 중 8만 명이 투표한다고 가정해 보자. 박근혜 전 대표 측 주장은 이 8만 명(유효 투표수)을 전체의 80%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체는 10만 명이 되고, 여론조사 20%에 해당하는 표는 2만 명이 된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주장은 비여론조사 선거인단 16만 명 중 몇 명이 경선장에 나와 투표하든지 여론조사 비중을 '4만 명'으로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8만 명이 투표했으므로 전체는 12만 명이 되고,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12분의 4인 33.3%로 치솟는다.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여론조사 반영률이 높아지는 셈법이다.

박 전 대표 측의 '20%' 주장과 비교해 격차가 크고, 승부가 박빙일 경우 여기서 승패가 갈라질 수 있다.

중앙일보가 27일 실시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빅2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 출마할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전체의 49.5%였다. 관전자들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읽고 있음을 뜻한다. 한나라당 경선 협상에 양측이 올인하면 할수록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뜨겁다.

안부근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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