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저작권'놓고 방송사-UCC사이트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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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UCC 사이트가 불법 조장하고 있다"

UCC 사이트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 이해해야"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관광부와 저작권보호센터 주최로 열린 'UCC(손수제작물) 가이드라인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자로 나선 이대희 성균관대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

방송 콘텐트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의 인터넷 자회사 대표와 UCC 사이트 대표가 맞붙었다. 21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UCC(사용자생산콘텐트) 가이드라인 컨퍼런스'에서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주관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저작권 등 법적 쟁점 및 올바른 콘텐트 이용방법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토론자로 참석한 iMBC 하동근 대표이사다. 하 이사는 "방송 콘텐트의 원저작권자로부터 인용권과 저작권을 위임받은 방송 3사의 인터넷 자회사 대표로서 공식적인 자리에 처음 참석하게 됐다"며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가 이용자로 하여금 불법 콘텐트 이용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순수 제작물이 아닌 방송 콘텐트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 사례를 10만여건 적발했다"며 "네이버, 다음, 엠파스, 파란 등 포털 사이트와 판도라TV, 엠군, 엠엔캐스트 등의 OSP가 불법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장소와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OSP가 저작권 관련 문제를 알고 있고 필터링할 수 있지만 돈이 되는데 (서비스를)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 이사는 "흔히 P2P 사이트를 공중전화에 비유하는데 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도 공중전화 사업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말들을 한다"면서 "하지만 UCC 저작권과 관계된 OSP는 공중전화에 범법자가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주고 그로 인해 수익을 얻고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려고 해도 필요한 서류가 많고 절차가 복잡해 장장 2주의 시간이 걸렸다"며 "UCC는 꽃을 피우기 위한 봉우리도 맺히지 않은 단계이며 음악 저작권 분쟁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권리권자의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OSP의 하나인 판도라TV 김경익 대표는 "인터넷은 이용자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이고 이용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며 "그들이 진짜 원하는 UCC의 방향과 의지를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방송은 제작과 유통이 분리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OSP가 방송 콘텐트의 새로운 유통 채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밝혔다. 그는 "방송은 공공재로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방송의 주인은 누구냐. 그것은 생각할 여지가 없다"고 방송사를 전면으로 겨냥했다. 김 대표는 "개방적이고 경쟁이 가미된 OSP의 방송 콘텐트 유통에 대해서 소규모 사업자들은 대대적으로 환영을 하고 있다"면서 "방송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동근 이사는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하겠다고 말하기 전에 불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콘텐트를 자발적으로 삭제해야 할 것"이라며 "OSP의 도덕적인 태도를 기대한다"고 말해 견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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