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무용가 홍신자씨 겨레의 한푸는 「소리」판 펼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전위무용가로 명성을 쌓아온 홍신자씨가 춤이 아닌「소리」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보인다.
19∼23일 부산·서울·대구에서 공연할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는 호흡조절을 바탕으로한 각양각색의 발성법으로 인간이 태어날때부터 성장·갈등·방황하는 모습을 홍씨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로 표현한 작품. 태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의 역사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한민족의 본질적 내면세계를 담아내겠다는 것으로 마지막 절정을 이루는「우리의 소원」 부분은 일인다역의 난무형식으로 통일염원을 형상화한다.
홍씨는 타악기연주자 김대환씨, 일본 성악가 이노 노부부시, 재미 바이얼리니스트겸 작곡가 제이슨 황과 함께 공연하는데 구체적인 악보나 약속없이 전체적인 흐름의 윤곽만 잡아놓은채 무대에 오른다. 공연장 분위기나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즉흥적인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19일 부산경성대 콘서트홀, 20일 서울 동숭아트센터대극장, 23일 대구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그 「영혼의 소리」를 들려준다.
실험성이 강한 전위무용으로 국내외 공연예술계에 충격과 신선한 자극을 일으켜온 홍씨가 춤이 아닌 「소리」로 새로운 관심을 처음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 75년의『미궁』공연때. 이 음악을 작곡한 황병기교수(이대)의 가야금연주와 동양적 명상의 세계를 거쳐 우러나온 홍씨의 「소리」가 어우러지자 당시의 일반적 감각으로는 「괴상망측하다」고 할수 밖에 없는 이 공연은 한동안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춤공연보다 「소리」공연을 하고 난 뒤 훨씬 가슴이 후련해진다. 가슴 밑바닥에 쌓인 한과 응어리를 모두 토해내고 나면 겹겹이 입었던 옷을 벗어던진 듯한 홀가분함을 느낀다.』 이렇게 말하는 홍씨는 지난 10월 뉴욕에서 제이슨 황과 함께 가진 「소리」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92년봄 세계적 성악가들과 함께 「소리」공연 음반을 출반하기로 계약했다. 또 국내공연에 앞서 13일에는 일본 동경에서도 「소리」공연무대를 펼친다.
지난 89년 홍씨가 이끄는 뉴욕의 래핑스톤 무용단은 그의 안무작 『섬』으로 중국에 현대무용을 처음 본격 소개해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92년 4월 그는 중국에서 「소리」공연도 갖는다.
지난 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학과 유니언대학에서 무용학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제례』『네개의벽』『섬』『2천년』등을 안무·발표해 주목받아온 홍씨는 미국연방·주정부의 창작지원금을 받으며 래핑스톤무용단을 중심으로 활약하고있다.<김경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