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승용차 폭발적 증가/경기도선 1년새 백10%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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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골가게 배달용에 「그랜저」/대학생이 카폰달린 「프린스」/땅값뛴 주민 단체구입도/“신분과시 과소비 심각하다” 우려
시골 햄버거가게 배달용으로 그랜저승용차가 쓰이고 대학가 대학생 자가용도 로열프린스에 카폰이 달렸다.
남보다 돋보이고자 무리해서라도 「대형·고급·외양」을 추구하는 과소비 바람이 승용차에서도 나타나 지난해 9월이후 올9월까지 불과 1년사이 대형자가용승용차 증가율이 전체 자가용승용차 증가율 31.2%의 배를 넘는 68.3%를 기록했고 일부지역에서는 2배이상 늘어난 1백10%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승용차보급이 늘고 경제여건이 나아지면서 안전성에 대한 고려도 겹쳐 승용차가 중·대형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이기는 하나 도로·주차장등 교통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우리실정에서 다분히 신분과시 측면이 강한 대형차의 폭발적 증가는 교통난 가중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있어 시민들의 자세와 함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폭발적 증가=교통부에 따르면 86∼89년에는 소형차량 증가율이 47.1%로 대형차량증가율 43.3%보다 높았던 반면 90년 이후에는 중·대형이 크게 늘어 소형차증가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특히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에 비해 지방 중소도시에서 이같은 경향이 뚜렷해 경기도의 경우 90년 9월 1천9백19대에 불과하던 2천㏄급이상(그랜저Ⅱ·4급이상)국산 고급승용차가 지난 9월현재 4천44대로 무려 2배이상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개발바람이 불어 부동산가격이 뛴 일부지방에서 특히 두드러져 한마을 주민들이 최고급 국산승용차를 단체구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화원반도 관광단지 개발예정지로 올해 부동산경기가 활발했던 전남 완도·진도·해남의 경우 11월말 현재 자가용 3천2백74대중 지프 1백48대·외제차량 8대를 포함해 국산중형이 7백40대,대형이 30대나 돼 지난해말 현재 2천5백24대중 외제차6대,중형 5백41대,대형21대에 비해 대형화·고급화가 두드러졌다.
◇현장 실태=4일 오후 2시 서울대 관악사앞 학생들의 주차공간인 2차선 순환도로변 3백여m에 주차된 차량 67대중 카폰이 설치된 로열프린스를 포함해 쏘나타8대,프린스7대,에스페로4대,코란도1대등 1천5백㏄급이상 중·대형이 25대나 됐다. 학생처관계자는 『과외등으로 큰돈을 버는 학생이나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 가운데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차·외제차를 몰고다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오후 2시30분사이 주로 학생들이 이용하는 연세대 캠퍼스 국제학사·어학당·연희관·국제학대학원·동문앞 1㎞등 5곳에 주차한 차량 1백36대중에도 그랜저5대,로열살롱 6대,쏘나타 22대등 중·대형이 41대인 반면 티코1대,프라이드 18대등 소형은 19대에 불과했다.
D국교 소년단지도교사 이숙희씨(36)는 『지난 7월 충남 아산으로 소년단캠프를 갔다가 간식으로 온양역옆 W햄버거집에 햄버거 50개를 주문했더니 그랜저로 배달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지방 시·읍에서 특히 고급차가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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