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공 경제 “홀로서기” 시도/옐친 경제개혁 포고령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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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방 경제주권 무력화 양상/내부의 강력한 행정력에 성패 달려
러시아공화국이 최근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경제관련 법안들은 러시아공화국이 자신들만의 경제주권 확립을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포고령을 발표,러시아공화국 내부에서 생산되는 주요 광물자원과 다이아몬드의 생산·사용을 러시아공화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공화국 내각도 이날 러시아공화국의 금융제도와 통화정책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러시아공화국의 재정 및 경제관련 부처들이 과거 연방재무부와 연방기구 등이 행사하던 권력을 넘겨받는 것은 물론 그들이 써왔던 각종 문장·표식까지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실상 주요 경제관련 업무에 관한한 러시아공화국이 연방을 대체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연방경제주권의 무력화양상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들은 그 집행과정에서 러시아공화국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미 러시아공화국내 16개에 달하는 각 자치공화국·자치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유경제자원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고 정치적인 독립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공화국 정부는 자칫 최근 체첸­잉구슈자치공화국의 경우에서와 같은 사례를 다른 자치공화국들에서 당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과거 카프카스공화국연합을 구성한바 있는 남부지역의 자치공화국들과 타타르자치공화국은 러시아가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이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따라 러시아공화국 내부의 대러시아주의자들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이 보다 더 확보될 수 있으며 참여공화국들간에 권리가 동등하게 보호될 신연방의 창설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신연방조약 체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연방구성공화국들은 러시아공화국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동등한 주권을 가진 연방의 존속을 전제로 할때 신연방의 창설이나 경제공동체 설립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및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경제대책위 부위원장 등도 연방구성 공화국 지도자들과 비슷한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러시아공화국의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을 비롯해 겐나디 부르불리스 제1부총리·예고르 가이다르 경제담당부총리 등 러시아공화국내의 홀로서기파는 구체제에의 복귀음모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연방유지 명분은 반대하지 않지만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러시아공화국의 주도권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공화국이 지난 11일 단행한 내각인선의 결과와 그이후 진행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은 이미 러시아공화국 정부가 홀로서기파의 영향력아래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의 붕괴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를 놓고 더이상 토론으로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는 절박성 및 각 공화국들의 공화국이기주의 흐름을 십분 고려한 결정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관측통들이 분석하고 있듯 러시아공화국의 이와 같은 정책 성공은 이를 집행하고 실행할 러시아공화국 내부의 강력한 행정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옐친 대통령과 러시아공화국의 운명은 역시 1년전 소련의 개혁을 위해 비상대권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확보해 놓고도 이를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채 시류에 끌려다니며 쿠데타까지 당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도 높다.
벌써부터 내년 1월이전 식량폭동설을 포함한 각종 시위설 등이 난무한 가운데 경제개혁을 단행한 러시아공화국의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결국 권력을 행사할 옐친 내각과 이에 대한 러시아민중의 지지도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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