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이해찬 전 총리, 올림픽도 퍼주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2014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선 평창과 인연이 많은 사람이다.

총리 재임 중이던 지난해 초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국가 제1의 어젠다로 정했다. 평창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유치 신청서를 낼 당시에도 총리였다.

북한 방문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이 전 총리는 귀국 전 중국 베이징(北京)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 남북이 공동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북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공동 개최 제안도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북한까지도 말이다.

올림픽에는 '공동 개최'라는 단어가 통용되지 않는다. 2002년에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공동 개최했지만 월드컵은 국가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 중심으로 열린다. 서울 올림픽, LA 올림픽, 시드니 올림픽 등. 그래서 2014년 올림픽을 유치한다 해도 한국 올림픽이 아니라 강원도의 '평창 올림픽'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평창 올림픽유치위원회는 이 전 총리의 발언을 들은 뒤에도 놀라기는커녕 코웃음 치고 있다. 유치위 관계자는 "올림픽 공동 개최는 우리가 하려고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올림픽 유치 도시는 IOC에서 결정한다"고 했다.

IOC는 도시 중심의 올림픽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경기를 분산해 치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IOC는 이동거리 한 시간 이내에 모든 경기장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평창.강릉. 원주 등에서 분산 개최하려던 평창유치위원회가 지난해 IOC 유치 신청 파일 심사 때 과감하게 평창으로 단일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총리 재임 중 올림픽 유치에 대한 각종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고받았던 이 전 총리가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래서 그의 이 말이 한건주의나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공동 개최는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일단 국민의 관심을 끌기엔 좋은 메뉴이기 때문이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놓고 평창은 소치(러시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경쟁하고 있다. IOC는 이들 3개국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 담당 에이전트가 있어 각국의 언론 보도까지 체크한다.

유치위 측은 "혹시라도 경쟁 도시에서 이 말을 갖고 트집 잡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백유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