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회의/참여국 입장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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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에 중립고수 요구/이스라엘/기존 강경방침 재확인/아랍권/이스라엘 대표단 인선에 이견
【예루살렘·니코시아 AFP=연합】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오는 30일로 다가온 중동평화회의를 앞두고 각각 강경노선을 재확인하면서 속속 대표단을 구성하는 등 막바지 전략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27일 『평화회의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미국은 공정한 중재자 역할만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셰 아렌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6일 이스라엘 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미국이 중동평화회의에서 중립을 지키길 바란다』고 요구하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유엔결의 242호와 338호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은 아랍측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2개 유엔결의는 이스라엘이 아랍점령지에서 철수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27일 각의를 열고 마드리드 회의 대표단에 이은 2단계 쌍무회동 참석자 인선에 들어갔으나 사미르 총리와 다비드 레비 외무장관이 다시 한번 마찰을 보여 매듭짓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랍측도 지난 48년 이스라엘 건국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스라엘·범아랍 대좌를 앞두고 기존 강경노선을 재확인 했다.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6일 CNN­TV회견에서 『마드리드 회의에서 중동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타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실현 여부는 이스라엘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카이로를 방문중인 팔레스타인 인사들 및 파루크 알 샤레 시리아 외무장관과 각각 별도 접촉을 갖고 이스라엘의 아랍점령지 철수 실현 등 마드리드 회의에 임하는 대책을 협의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27일 리야드에서 긴급 회담을 열고 마드리드 회동에 업저버단을 파견하기로 확정하는 등 공동전략을 마련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시리아등 아랍 4개국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앞서 역시 외무장관급 회동을 갖고 모두 3단계로 진행될 중동평화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쌍무협상을 거부하는 등 이스라엘에 공동 대응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한편 요르단은 26일 예루살렘출신 인사 2명을 포함한 마드리드회의 대표단을 확정,발표했으며 이집트도 28일중 역시 참석자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지난주말 3만여명이 마드리드 평화회의에서 자국대표들이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평화회의에 대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또 예루살렘 미 문화원이 27일 방화로 불탔으며 텔아비브에서는 팔레스타인인 소행으로 보이는 폭발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회교원리주의 세력도 평화회의에 참석하는 팔레스타인 대표들을 겨냥,이스라엘과 화해했던 무바라크 전이집트 대통령이 암살당한 사실을 상기시키는 전단을 예루살렘 곳곳에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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