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벌였다” 비난에 상원 난처/토머스 인준청문회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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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반된 진술에 소득없어… 여론조사선 토머스 유리
미 대법원 판사로 임명받은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판사가 과거 그의 보좌관이었던 애니타 힐 현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에게 성적희롱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키 위해 사흘간 지속됐던 미 상원 법사위 청문회가 소득없이 끝나 투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증인들의 진술 역시 당사자처럼 엇갈렸다.
힐 교수측의 증인으로 나온 그녀의 친구들은 과거 힐이 그같이 성적희롱을 당한 것을 하소연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반면 토머스 판사측 증인은 『토머스가 그런 종류의 언행을 했으리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대증언을 했다.
토머스 판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수차례 밝혔던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을 TV와 라디오로 시청했다면서 역시 토머스쪽이 진실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힐 교수가 거짓증언을 하고 있다고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힐 교수가 토머스 밑을 떠난후에도 그에게 계속 연락을 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사건이 난지 10년후에야 그것도 이같이 중요한 시점에 거론한 것으로 보아 그의 증언에 문제가 있다고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토머스쪽에서는 법률전문가인 그녀가 그같은 모욕을 당했다면 그 당시 문제를 제기해도 당연히 구제받을 수 있었는데 침묵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들고 나오는 동기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힐 교수를 지지하는 인권단체·여성운동가들은 『여성유권자들은 상원의원들이 어떤 투표를 하는가를 눈여겨 보아야 하며 내년 선거에서 대가를 치르도록 해 주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남녀간의 얘기를 놓고 거창하게 청문회를 연 상원법사위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상원이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을 벌여만 놓아 모두를 혐오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청문회의 결과는 토머스 판사에게 유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55%가 토머스가 인준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나왔으며 힐 교수를 신뢰하는 쪽은 22%였다.
CNN의 여론조사도 59%대 30%로 토머스쪽이 우세했다.
1백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이번 청문회 직전까지 56명이 토머스 인준을 찬성했었는데 청문회를 계기로 태도를 바꾼 의원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이 추세라면 15일 투표에서 인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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