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남편의 어려움 함께 하고파|「선원가족 동승제」기대 부푼 선장부인 서신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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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항해 중 일어날지 모를 여러 가지 어려움도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매일 남편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척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한진해운(대표 이근수)이 최근 도입한 「선원가족 동승제」에 따라 남편과 함께 선상생활을 할 기대에 부풀어있는 서신자씨(52·서울 대치동).
서씨는 25일 남편 박명석씨(58)가 선장으로 있는 상선 한진헤이포인트호를 타고 한달 보름동안 호주를 돌아올 예정이다.
선원가족이 배에 타는 것은 외국에선 흔한 일로 서씨는 우리 나라에서도 뒤늦게나마 이런 제도가 생긴 것이 『너무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한다.
서씨는 지난달 『회사에서 가족을 배에 태워주기로 결정했으니 함께 가도록 하자』는 남편의 국제전화를 받고 처음엔 망설였으나 대학생인 막내아들을 비롯한 세 자녀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바람에 못이기는 체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생활 30여년 동안 남편과 함께 지낸 날이 통틀어 2년밖에 안 된다는 서씨의 그동안 생활은 손님처럼 잠시 다녀가는 남편을 맞고, 떠나보내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집안의 대·소사를 혼자 결정하고, 자녀들에게 아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어 안타깝고 어려웠던 적이 많았다는 서씨는 이제 남편이 말해온 항해의 어려움까지 경험, 남편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있다.
서씨는 또 자신이 가족동승의 시범 케이스인 만큼 배에서 짐스런 존재가 아닌 동료선원으로 섞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이 제도가 완전히 뿌리 내리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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