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신의 물방울' 열풍 휩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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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9권 나온 거 알고 있나? 난 어제 벌써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했다네."

"난 며칠 전 7권에 나온 5대 샤토 '샤토 무통 로쉴드' 2003년산을 세컨드 와인으로 구했어."

지난 23일 여의도의 한 펀드매니저 사무실. 펀드매니저들 간에 생소한 대화가 오간다. 바로 일본의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에 관한 얘기다. 이 만화는 '대장금'과 같은 탄탄한 구성에, 와인에 관한 상세한 지식도 담고 있어 와인 애호가들의 '와인입문필독서'가 됐다.

강신우 한국운용 부사장은 "평소 '신의물방울'을 몇번이고 탐독했을 정도로 와인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와인 매니아'다. 집에 와인 셀러를 2개나 갖췄을 정도. 주말엔 집에서, 평소엔 퇴근후 동료들과 근처 와인바에서 와인을 즐기고 있다.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인덱스운용부장은 "신의물방울은 일본인 특유의 매니아 기질이 엿보이는 작품"이라며 "와인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감칠 맛 난다"고 평했다.

김정우 알리안츠운용 주식운용팀장도 "이제 막 와인을 배우는 단계"라며 "내가 아는 와인 지식은 모두 신의 물방울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신의 물방울은 와인 전문가 칸자키 유타카의 유언에 따라 그의 아들 시즈쿠과 경쟁자 토미네 잇세가 신의 물망울과 12사도라 불리는 13 병의 와인을 찾아내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신의물방울 작가인 타다시 아기 남매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이 신의물방울을 기자들에게 선물하면서 '이제 폭탄주 대신 와인으로 하자'고 제안해 화제가 됐다.

◇ 와인을 펀드로? = 좋은 빈티지(생산년도)의 고급 와인은 수백만원을 웃돈다. 그렇다면 와인에 투자하는 실물펀드를 만들 수는 없을까? 대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강 부사장은 "와인 "요즘은 중국인들이 오크통에 들은 와인 선물을 사들여 와인이 시판되기도 전에 가격이 크게 뛴다"고 말했다. 하지만 펀드투자에는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테루아르(토양 기후 등 포도밭 환경)라도 매년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생산량조차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펀드로 만들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배 부장도 "한 대기업 총수가 와인 펀드를 제안했지만 대다수의 임원들이 반대해 무산됐다고 들었다"며 "그 만큼 와인 투자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와인을 투자대상으로 한 실물펀드는 쉽지 않지만 와인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는 운용되고 있다. 우리CS자산운용은 와인을 포함한 세계 명품브랜드 기업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와인을 생산.판매하는 레미 꾸앵트로(Remy Cointreau)라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

또 와인에 투자하는 실물펀드도 검토중이다. 안병원 우리CS 투자전략팀 선임은 "국내에 와인전문가가 많지 않아 외부 인력의 자문을 받는 형태로 준비중"이라며 "사모펀드로 운용해 고객들이 직접 프랑스 선물시장 견학을 가거나 시음회, 와인스쿨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국내 투자자들에겐 '와인 투자'가 생소하다. 안 선임은 "펀드로 만들더라도 고객들에게 와인산업의 특성과 리스크를 충분히 알려야 한다"며 "초기에는 목표 수익률을 연 10 ̄15%로 낮게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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