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걸 교수의 공공 디자인 산책 26. 길 찾기 사인, 방향·정보 쉽게 알려줘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잘 읽히는 도시, 길 찾기 사인부터….

도시에는 가로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길의 주요 위치에는 공공시설 및 가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방향을 유도하기 위한 사인이 설치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는 가로사인① 체계가 취약해 그 지역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과 외국인들은 길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5번가 등은 우리 귀에 익숙한 가로들입니다. 많은 사람이 뉴욕을 찾지 않고서도 거리 이름을 통해 뉴욕의 명소들을 떠올립니다. 뉴욕의 유도사인②은 질서정연한 도로망을 토대로 설치돼 있습니다. 가로의 교차지점마다 정확한 가로명과 방향을 알려 주는 사인이 있어 보행자.운전자 모두 쉽게 원하는 장소를 찾아갑니다. 정교한 사인 시스템으로 교통.우편 등의 공공서비스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또 문화지구.상업지구 등 권역별로 사인디자인을 차별화하며, 신호등.지주형 도로표지 등에 통합 설치해 가로시설물 수가 증가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영국의 브리스톨은 1980년대부터 '잘 읽히는 도시(Legible city)'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공디자인을 개선해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했습니다. 시 당국은 우선 불필요한 가로 정보들을 제거하고 필요 정보는 통합해 가로상황을 단순화.최적화했습니다.

브리스톨의 길 찾기 사인③은 안내지도와 유도사인이 함께 표시돼 도시의 상위정보에서 하위정보까지 한눈에 알도록 했습니다. 안내지도는 동서남북 개념을 떠나, 보행자가 진입하는 방향을 위쪽으로 해 방향감각을 이끌어 갑니다. 이러한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은 글자 형태와 크기.배색까지 일관성이 있습니다. 또 주요 공공기관이나 지리적 정보가 바뀌면 즉시 교체할 수 있게 사인의 부품들이 표준화돼 있습니다.

시민들은 쉽게 읽히는 도시를 원합니다. 도시의 정보가 빠르게 이해되도록 과학적인 유도사인 체계를 갖춰야 하고 모든 안내표지들은 이용자 중심으로 디자인되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