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히는 도시, 길 찾기 사인부터….
도시에는 가로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길의 주요 위치에는 공공시설 및 가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방향을 유도하기 위한 사인이 설치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는 가로사인① 체계가 취약해 그 지역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과 외국인들은 길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5번가 등은 우리 귀에 익숙한 가로들입니다. 많은 사람이 뉴욕을 찾지 않고서도 거리 이름을 통해 뉴욕의 명소들을 떠올립니다. 뉴욕의 유도사인②은 질서정연한 도로망을 토대로 설치돼 있습니다. 가로의 교차지점마다 정확한 가로명과 방향을 알려 주는 사인이 있어 보행자.운전자 모두 쉽게 원하는 장소를 찾아갑니다. 정교한 사인 시스템으로 교통.우편 등의 공공서비스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또 문화지구.상업지구 등 권역별로 사인디자인을 차별화하며, 신호등.지주형 도로표지 등에 통합 설치해 가로시설물 수가 증가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영국의 브리스톨은 1980년대부터 '잘 읽히는 도시(Legible city)'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공디자인을 개선해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했습니다. 시 당국은 우선 불필요한 가로 정보들을 제거하고 필요 정보는 통합해 가로상황을 단순화.최적화했습니다.
브리스톨의 길 찾기 사인③은 안내지도와 유도사인이 함께 표시돼 도시의 상위정보에서 하위정보까지 한눈에 알도록 했습니다. 안내지도는 동서남북 개념을 떠나, 보행자가 진입하는 방향을 위쪽으로 해 방향감각을 이끌어 갑니다. 이러한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은 글자 형태와 크기.배색까지 일관성이 있습니다. 또 주요 공공기관이나 지리적 정보가 바뀌면 즉시 교체할 수 있게 사인의 부품들이 표준화돼 있습니다.
시민들은 쉽게 읽히는 도시를 원합니다. 도시의 정보가 빠르게 이해되도록 과학적인 유도사인 체계를 갖춰야 하고 모든 안내표지들은 이용자 중심으로 디자인되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