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사죄는 시한이 없어 일본 저지 로비 뚫고 꼭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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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이 더 지난 과거지사다. 일본은 이미 사과했다." "미.일 동맹을 해치는 행위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선 일본 정부의 로비스트로 고용된 미국 정치계 인사들이 미 하원의원들에게 이런 말을 하며 일본군 강제위안부 비난 결의안 저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결의안을 주도한 일본계 3세 마이클 혼다(민주.캘리포니아.사진) 하원의원은 8일 본지 등과의 전화회견에서 "동료 의원 대부분이 결의안에 긍정적 반응"이라며 3월 말까지 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결의안은 "일본이 종군위안부들에게 가한 집단 강간과 강제 낙태, 인권 유린은 사상 유례가 없는 잔혹한 만행"이라며 일본 정부에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 총리가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드러난 일본의 저지 로비=공화당 의원 출신 거물 로비스트 밥 마이클은 지난달 25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모임에서 "위안부 문제는 60년이나 지난 과거사인 데다 일본 정부는 이미 여러 번 사과했다"며 "미.일 동맹을 해칠 위안부 문제에 미 의원들이 관여해선 안 된다"고 권유했다고 워싱턴 소식통이 전했다. 마이클은 특히 위안부 결의안.청문회를 직접 다룰 국제관계 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서신까지 보내 위안부 문제의 이슈화를 피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매달 6만 달러를 주고 그를 고용해 저지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관계 위원회 산하 아태소위의 공화당 지도자인 도널드 마줄로(일리노이) 의원이 지난주 주미 한국대사관 측에 "결의안 배후에 한국 정부가 있는 것 아니냐"며 "60년 전 과거사를 굳이 이 시점에서 문제 삼을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마이클이 공화당 거물이라 일본의 로비는 소수당인 공화당에 집중되고 있다"며 "민주당에도 일본의 로비가 심해질 가능성을 대비해 한인들이 결의안 찬성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다, "사과는 너무 늦은 법이 없다"=혼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다음 일본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일본을 방문해 의원들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이 저지 로비를 하고 있다는데.

"일본이 미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매우 공식적인' 로비를 했다. 일부 의원이 일본의 논리에 동조한 걸로 안다. 하지만 나는 '결의안이 미.일 관계를 해칠 것'이라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 같은 민주국가라면 (잘못을) 인정하는 게 성숙한 처신이다."

-결의안 통과를 낙관하나.

"하원 전체적으로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권을 쥔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은 이전에 같은 결의안에 지지 서명을 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지지가 확실하다. 3월 말까지는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채택되기를 희망한다."

-결의안을 통과했는데도 일본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직접 일본을 방문해 정치인들과 대화할 생각이다. 일본의 사과를 통한 화해는 미.일 간은 물론 한.중.일 간에도 훨씬 강한 유대를 만들어 낼 것이다. 과거의 행위에 대해 잘못했다고 말하는 데 너무 늦은 일은 없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고령인 만큼 일본 총리의 분명한 사과를 통한 화해가 시급하다. 결의안의 초점은 일본 정부와 총리가 명백한 사과를 하도록 하는 데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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