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미 하원의장 "더 큰 전용기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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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워싱턴에 '하원의장 전용기' 논쟁이 한창이다.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수장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전임자 데니스 해스터트 의장이 타던 것보다 큰 전용기를 미 국방부에 요구한 사실이 7일 알려지면서다. 워싱턴 타임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까지 논스톱 운행이 가능한 비행기를 요구했다. 미 국방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 서열 2위인 하원의장에게 전용기를 제공해 왔다. 이 조치의 첫 수혜자인 해스터트 전 의장은 소형 제트기를 제공받아 지역구인 일리노이주를 왕래하는 데 이용했다. 그러나 펠로시는"소형 제트기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려면 급유를 위해 중간 기착이 불가피해 경호 부담만 가중된다"며 보잉 757기급을 전용기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타임스는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미군 증파에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해 펠로시의 요구를 들어줄 방침"이라며 "하지만 국방부 관리들은 '상식을 넘어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즉각 "하원의장이 '펠로시 원(Pelosi One.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빗댄 말)'을 갖겠다는 것"이라며 맹공했다. 애덤 펏냄 하원의원은 "펠로시의 거만함이 도를 넘어섰다"고 성토했다. 로이 브런트 하원의원도 "펠로시가 요구한 비행기는 최소한 50명은 탈 수 있는 수준"이라며 "펠로시가 '내 비행기로 이번 주엔 샌프란시스코, 다음주엔 뉴욕으로 날아가자'고 꼬드기면 안 넘어갈 유권자가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펠로시 의장은 "큰 비행기가 아니라,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비행기를 요구한 것뿐"이라며 "공식 업무 외에 정치적 목적의 여행에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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