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만에 수정없이 “통과”/“남북한 환영” 안보리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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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대표 “축하” 외엔 말 안나눠/노 대사 회견때 북 대사 지나쳐
○…8일 유엔안보리 회의장에 업저버로 참석,남북한 유엔가입신청 수락절차를 지켜본 15명의 남북 대표들과 6명의 북한 대표들은 『축하한다』는 말외엔 별다른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 남북한간의 경직된 분위기가 여전함을 반영했다.
특히 회의개최 예정시간인 오전 11시(현지시간)에 맞춰 회의장에 나온 남북대표들은 마이크로네시아와 마셜군도에 대한 회원자격 문제 때문에 회의가 29분이나 늦어져 오래 기다려야 했으나 다른 외국대표들과 얘기를 나눌뿐 서로 대화를 하려는 분위기는 볼 수 없었다.
○…남북한 유엔가입결의안은 지난 6일 신청심의를 가입심사위에 넘길때와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된 의제 및 결의안 채택에 이사국들의 발언이나 이의가 없어 8분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결의안이 채택되자 한국의 노창희 대사와 북한의 박길연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장석으로 가 아얄라 라소 의장과 케야르 사무총장에게 각각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눴다.
이어 두 대사와 남북한 대표들은 회의장을 돌며 이사국대표 및 방청하러 나온 다른 유엔회원국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안보리 회의가 끝난후 노대사는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엔출입기자들로부터 소감을 묻는 질문을 받고 5분간 입장을 밝혔으나 곧이어 나온 북한 박대사는 기자들 옆을 지나쳐 그냥 유엔건물밖으로 나갔다.
본 기자가 따라가 소감과 앞으로 북한의 유엔대책,그리고 남북 대표부간 대화와 유엔에서의 협력 등에 대한 질문을 했으나 박대사는 『얘기할 것이 없다』며 기다리고 있던 차에 올라타려 했다.
그러나 끈질기게 질문을 계속하자 박대사는 『평양과 서울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 앞으로 할것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아얄라 라소 의장이 발표한 성명서는 남북한을 각각 독립된 실체로 간주,국가로 표기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끝까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
당초 알려진 성명의 초안에는 여러번 「두 국가」(Two Countries)라는 어휘를 담고 있었으나 실제 발표된 성명은 이들을 경우에 따라 「두부분」(Two Parts) 또는 DPRK(북한)와 ROK(한국)로 정정해 발표 되었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두 국가」는 마지막 성명에서 「한반도에서의 두부분」으로 정정해 남북한의 국가개념 사용에 신중함을 보였다.
이와 관련,유엔의 한 소식통은 『「두 국가」라고 부르기보다는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이 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전체) 국민들의 의지에 부합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
○…유엔 공보국은 7일 남북한 유엔가입을 취재하는 한국 취재진들이 유엔의 취재규칙을 어기고 과잉취재를 하고 있는데 관해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특히 방송기자들이 5일 노유엔대사가 케야르 사무총장에게 유엔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한명으로 제한된 카메라 취재 원칙을 어기고 한국의 두 텔리비전 방송이 유엔사무국 사람들을 움직여 유엔만국기 게양 및 하기시간을 변경시킨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유엔본부=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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