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통한 민족동질성 이어야 세계 민족문학발전 국제회의 발표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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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 민족문학 발전을 위한 국제학술회의가 27∼29일 중국 북경 국제무역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중국 소수민족작가협회와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한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문인 1백34명를 비롯, 몽골족 등 중국 소수민족 문인 50여명, 소련·미국 등의 교포작가 20여명 등 총2백20여명의 문인이 참석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김장호씨(시인·동국대교수)는 주제발표 「민족문학의 교류와 발전」을 통해 『중국 연변을 비롯, 세계에 펼쳐진 우리민족문학을 보면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꿋꿋한 신념과 민족적 색채가 짙다』며 『이는 한글을 간직한 우리 단일민족언어에서 나온 것이며 이러한 동일의 언어를 가지고 활동하는 문인들이야말로 민족통일의 물꼬를 트는 길잡이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한글이 사상이나 체제에 의해 훼손돼 우리민족의 구두어가 줄 수 있는 정서를 많이 상실했다』며 한민족 언어인 우리말에 합당하게 쓰는 문학만이 민족문학은 물론 세계문학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백숭인씨(회족·중국소수민족작가회의 사무국장)는 「중국의 소수민족문학에 대하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91년 현재 4천명의 중국작가협회회원 가운데 4백18명이 조선족 등 소수민족이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 인구의 8%밖에 안 되는 55개 소수민족이 협회 회원수1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고유언어를 통한 문학의 정서공감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있다』고 강조했다.
백씨도 『소수민족문학의 발전이야말로 각 민족들 사이에 정서를 교류케 해 오늘의 중국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며 『현재 소수민족작가들의 작품이 중국어로의 번역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민족문학국제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야 할 문제에 관하여」란 주제논문을 발표한 남영전씨(중국·장백산 잡지사 사장)는 『활발한 한민족 작품교류를 위해서는 가칭 「국제조선민족작가조직」같은 기구를 설립, 중국·소련·일본·캐나다 등 세계에 펼쳐져 있는 우리민족문학을 엮을 수 있는 단체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남씨는 『88올림픽이후 중국 연변에서는 모든 잡지들이 남북문학작품을 고루 싣고 있다』며 『그러나 작품을 싣는 것만으로는 민족의 정서 내지 삶을 바로 볼 수 없어 작가교류 등 인적 왕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문인협회가 해외문인들을 대상으로 제정한 해외한국문학상 제2회 수상자로 중국동포 시인 김철씨를 선정, 수상식을 가졌다. 32년 출생, 56년 시집 『변강의 마음』을 발표하며 중국문단에 나온 김씨는 『동틀 무렵』 『태양으로 가는 길』등을 발표하며 주요 소수민족작가로 떠올랐다.
이날 회의를 계기로 또 한국의 월간 『아동문학』과 중국 『조선족 소년보」는 91년말까지 한중 조선족 아동문학선집을 발간키로 했다. 『조선족 소년보』는 중국에서 한글로 발행되는 유일한 아동신문이다. 【북경=이경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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