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서 수퍼보울 응원해 줄거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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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킷이 2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돌핀 스타디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마이애미 AP=연합뉴스]

개리 브래킷(27)은 올해 수퍼보울에 출전하는 인디애나폴리스의 수비수(라인배커)다. 크지 않은 체구(1m80㎝)지만 노련함과 민첩함으로 인디애나폴리스의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수퍼보울 개막을 사흘 앞둔 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돌핀 스타디움. 그는 지난 3년간 겪었던 악몽 같은 스토리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브래킷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2003년 10월.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그의 아버지가 돌연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4개월 만인 2004년 2월 이번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외과 수술 도중 갑작스러운 쇼크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더니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

시련과 슬픔은 그걸로 끝인 줄 알았건만 이번엔 멀쩡하던 동생 그레그가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선수 생명이 단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위해 골수 이식도 해줬다. 그러나 그의 눈물겨운 노력도 허사였다. 동생마저 2005년 2월 부모님의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부모님과 동생이 살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도 걸어다닐 때도 세상을 떠난 가족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프로풋볼 선수로서 골수 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또다시 이런 상황을 맞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프로 4년차인 브래킷이 수퍼보울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베테랑 수비수인 그는 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브래킷이야말로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그는 수비수로서도 뛰어나지만 팀을 결속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팀이 (AFC챔피언십에서 뉴잉글랜드에) 3-21로 지고 있다가 대역전승을 거둔 데는 브래킷의 공이 컸다." 인디애나폴리스 수비수 케이토 준의 말이다.

브래킷은 "오직 풋볼이 있었기에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다. 풋볼은 나의 안식처나 다름없다"며 "부모님과 동생이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수퍼보울을 지켜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이애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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