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동아제약 회장실서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용두동 동아제약(76,200원 2,500 +3.4%) 본사 4층 회장실. 지난달 25일 아버지 강신호 회장과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20여분간 독대를 한 곳이다.

이날 강신호, 강문석 두 부자의 만남은 평소 두 사람 모두를 잘 알고 있던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부자가 4년 넘게 맴돌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허 회장이 강 회장에게 아들과 화해 의사를 물어보고 아들 강 대표에게 먼저 찾아가 보라고 말한 것이다. 강 대표는 바로 강 회장에게 전화했고 두 부자는 다음날 만남을 약속했다.

그리고 동아제약 홍보팀은 "강신호 회장,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 동아제약 발전을 위해 뜻을 함께 하기로 협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급히 뿌리며 두 부자의 화해를 알렸다. 25일 동아제약 1층 로비에는 수 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이곳을 주목했다. 지난 4년간 계속된 부자간 갈등이 마무리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비공개로 이뤄진 두 부자의 만남 후 먼저 말문을 꺼낸 건 아버지 강신호 회장이다. 아들 강 대표가 회사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마찰이 있었다는 소식이 건내진 직후다.

강 회장은 "좋은 분위기에서 서로 좋은 방향으로 일해 나가자"며 "한 때 있었던 오해도 풀었다"고 전했다. 4년간 갈등이 눈 녹듯 다 풀렸다는 뜻이다. 특히 아들 강문석 대표가 아버지에게 화해의 의미로 포옹을 제안했고 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대목으로 다음날 많은 언론들에게 아주 예쁜 '제목'까지 선물했다.

하지만 이 자리의 다른 당사자인 아들 강문석 대표쪽의 말은 다소 달랐다. 아버지 강 회장은 사전에 준비한 듯한 원고를 일방적으로 읽었을 뿐 강 대표의 말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뜻이 이러하니 잘 따르라는 통고처럼 들렸다는 의미다. 다음날 대부분 언론의 제목이 됐던 '화해의 포옹' 역시 '어색한 포옹'이였다고 한다.

이날 강 대표가 도망치듯 기자들을 따돌려 떠난 것도 이런 상황에 놀라 밀려올 질문에 뭐라 딱히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해'가 아닌데 '화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였던 것. 그러나 아버지 강 회장은 이를 '내성적인 아들 성격을 못 고친'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아버지 강 회장은 2일 전경련 이사회 전, 이를 다시 번복했다. 기자들에게 "아들과 화해했다"며 "아들에게 '뭐든지 잘 해라' 했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당시 모습을 전했다.

최근 강 대표는 동아제약 이사 후보 10명을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던졌다. 이를 두고 양측 모두는 "25일 화해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아직 양측이 전하는 말의 느낌이 다소 다르다. 동아제약은 "'화해'라는 강 회장의 뜻에 따라 실무진 차원의 조율이 진행 중"이라지만 아들 쪽에서는 "논의 했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주주제안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둘 중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같은 사항을 놓고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본 것인지, 어떤게 사실인지는 두 부자만이 알 뿐이다. 다만 화해는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모두 완전하게 동의해야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쪽 당사자가 화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화해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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