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공산주의자 연구에 도움 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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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헌영의 친딸 소에 생존>
7월10일자(일부지방 11일)중앙일보는 조선공산당 남로당 지도자 박헌영의 친딸인 박리바안나씨가 모스크바에 생존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도했다.
박리바안나씨의 인터뷰 내용을 읽고 과연 박헌영은 누구인가 새삼 묻게 되었다. 50∼60대의 장년층에 그는 공산당의 괴수 김일성에 의해「미제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한 비운의 혁명가로 비춰지거나, 혹은 일제시대부터 민족의 해방을 위해 투쟁해 온 진보적 민족주의자의 한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30대의 젊은 층에 박헌영이란 이름 석자는 한국현대사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한 매우 생소한, 교과서 속의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박헌영을 비롯한 이주하·이현상·김삼용 등 토착 공산주의자들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제대로 연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토착 공산주의자들은 남쪽에서는 체제전복세력이며 불온한 좌경사상의 원조로 , 북쪽에서는 허약한 사상을 가진 종파주의자로 매도되어 남북 어디에서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있다.
통일을 향해 부심하면서 90년대의 벽두에 선 우리에게 민족사의 올바른 해석과 이해를 위해 이들 토착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연구는 더 이상 방치하고 미뤄둘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박리바안나씨가 공개한 박헌영의 친필서한과 그녀가 증언한 여러 이야기는 이 당의 토착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연구를 제고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미숙 <한국사회연구소연구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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