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정부는 중장기 계획만 … 학생 선발은 자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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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교육당국은 대학 학사 행정에 간여하는 일이 거의 없다. 대신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교육과 관련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교육부 업무 중 대학 행정을 분리하는 시도가 있었다. 민관 기구로 위원회를 만들어 대학관련 정책을 맡기려 했던 것이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도 서울대 교수 시절 "대학에 자율성을 주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된 고등교육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등교육에 관한 행정은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서울교대 허종렬(사회교육) 교수는 "고등교육위원회 설치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본격화되다가 일부 교육부 조직을 축소하는 선에서 끝났다"며 "대학의 자율성 확대 논의는 진전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차관을 지낸 서울대 김신복(행정대학원) 교수도 "자율성을 늘리기 위한 행정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거나 대학교육협의회에 교육부의 대학행정을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연방정부 교육부는 대학 학사 행정 등에 간여하는 일이 없다. 주요 업무는 ▶국민이 균등한 교육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주정부와 각종 민간 기구의 학교 시스템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신 주별로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두는 경우는 있다. 캘리포니아 주 '중등후 교육위원회(postsecondary education commission)'는 주지사와 주 입법부, 대학 교수와 직원 등이 위원이 되고 주립대와 사립대, 주 교육위원회와 주민 대표자가 참여한다.

위원회는 대학 교육과 관련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정책을 조정한다. 국민의 영재 교육과 평등 교육권 보장도 책임진다. 하지만 대학의 학생 선발이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영국=교육고용성이 대학에 관한 정책 등 교육에 총괄적인 책임을 맡는다. 지방 교육에 대한 행정은 각 지방교육국의 교육위원이나 교육전문직 종사자들이 담당한다. 교육고용성이 대학에 관해 직접 관여하는 것도 정부의 재정지원금을 분배하는 정도다. 학생 선발이나 교직원 인사, 학위수여 등 대학 운영에 관한 대부분 사항을 대학에 일임하는 것이다.

◆프랑스=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해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전국과 지방 두 부문으로 분리 운영되는 프랑스의 고등교육평의회는 교수, 조교수, 직원, 학생 대표, 국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가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정부의 예산을 배분하며 대학과 관련된 각종 정책을 자문한다. 또 별도로 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정부가 대학에 기금을 지원할 때 심사를 맡도록 한다. 기금 지원 과정을 공정하게 해 정부의 압력을 줄이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특별취재팀=양영유(팀장).강홍준.김은하.박수련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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