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국서도 꺼리는 의원외유/문일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뇌물외유사건이 터지면서 외국여행을 자제해오던 국회의원들이 7,8월 휴가철을 맞아 또 대거 해외나들이에 나설 모양이다.
국회보사위 황명수 위원장을 단장으로한 보사위팀이 지난달 출국,동남아를 여행하고 7일 귀국예정으로 있고 동자·법사·외무통일·내무·국방·교육청소년·문공·상공·건설위등 9개 상임위를 비롯,친선협회등 90여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임시국회가 끝난직후부터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외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국회 상공위 뇌물외유의 악몽때문인지 외유를 계획하고 있는 국회나 의원들 모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문국 선정이나 일정마련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고 이번에야말로 「의원외교」라는 본래 목적을 위해 면모일신하는 모습을 보이려 고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의회차원의 외교활동으로 정부외교를 측면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 상공위 뇌물외유를 계기로 그동안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의원들 스스로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욕을 갖는 것도 때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휴가철에 의원외교하겠다고 무더기로 몰려 나가느냐는 점이다.
우리 의원들이 방문하고자 하는 유럽이나 미주지역 국가들에서는 휴가기간이라는 이유로 방문시기를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일부 국가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의원들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현지 외무부직원들 역시 일정을 잡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다.
휴가문화가 철저하게 정착된 유럽등에서는 휴가기간에는 제아무리 중요한 인사라 하더라도 사전약속이 없는한 면담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는 사실을 의원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8월 휴가철을 이용해 의원외교활동을 벌이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금년 상반기엔 두차례 임시국회에다 두차례 선거를 치르는 바람에 그동안 시간이 없었다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선거나,임시국회가 없었던 과거 수년 동안에도 의원외유는 여름휴가철에 몰렸고,그때마다 외교활동을 비자한 휴가여행이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여름휴가는 자비로 가고 최소한 예산을 쓰는 의원외교활동은 그래도 좀더 적절한 시기를 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