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개방에 대비책 있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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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부터 2단계 유통시장 개방조치가 실행에 옮겨짐으로써 국내 유통업계와 제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유통시장의 개방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도 주요 협의과제가 돼있고 전반적인 서비스산업의 개방추세에 미루어 보더라도 불가피한 일로 인식돼온만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또 이번의 2단계 개방조치 내용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약 2백12평 규모 이내의 단일 점포만 허용하던 것을 3백3평미만 점포,10개까지를 허용하는 것이고 대상업종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이번 조치로 한꺼번에 엄청난 변화가 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개방조치는 오히려 국내 유통업계나 제조업에 자극을 주어 앞으로 적극적인 대응책을 유도함으로써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통시장의 본격적 개방이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데다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면 유통부문에 대한 투자의 우선순위가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우리의 현실적 제약에 있다.
정부는 7월1일의 개방확대에 따른 대응조치로 대형점포의 허가요건 완화,연쇄점의 육성방안 등을 제시해놓고 있지만 그 실시시기를 개방 확대조치와 같은 날로 잡고 있다.
개방확대로 그같은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면 당연히 그같은 조치를 사전에 끝낸 후에 개방시기를 결정했어야 할터인데 대문을 열어놓은 뒤에 안방문 단속을 시작토록 했다는 것은 일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개방대책에서 불가피한 대응조치로 지적되고 있는 특소세의 전면 재조정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2단계 개방조치가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해도 대상업종이 가전제품,자동차,의류 등 주요 생활용품을 거의 망라하고 있고 더욱이 외국 제조업체들의 국내 유통시장 직접참여가 허용돼 있는 만큼 외국업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적지 않은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금에 와서야 국내유통의 매장면적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특소세 부과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문제점을 겨우 인식하기 시작,특소세의 재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유통문제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드러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일은 비록 때를 놓친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로 유통시장 개방에 대응한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통시장의 문제는 바로 제조업의 성쇠와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같은 차원에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또 그것이 올바른 길임에 틀림없지만 유통업계가 지금의 낙후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허점을 이용해 외국의 제조업이 유통업을 앞세워 국내시장에 진출한다면 제조업도 설 자리가 없어질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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