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신화(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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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3년 멕시코에서 이룩했던 「4강의 신화」가 또한번 이뤄질 것인가.
18일 새벽 밤잠을 설치고 포르투갈의 리스본 벤피카경기장에서 벌어진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 A조 예선 코리아팀의 두번째 경기를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은 그 신화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코리아팀은 이날 정통축구를 구사하는 아일랜드팀을 맞아 선취골을 당하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선전,경기종료 20초를 남기고 또 한차례 기적과도 같은 저력을 발휘하여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그것은 지난 16일 우승후보로 지목되던 강적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불과 2분을 남기고 대포알처럼 쏘아넣은 통쾌한 한 골보다 더 드러매틱한 것이었다.
하나된 코리아팀의 이 끈질기고 신비롭기까지 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마디로 7천만 겨레의 성원을 등에 업고 뛰는 정신력의 소산이다.
찬란한 개인기,컴퓨터같은 조직력과 공격력을 가진 아르헨티나에는 무승부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뒀다.
반대로 축구의 종주국인 아일랜드에는 꼭 이겨야 8강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날 이임생등이 빠진 코리아팀은 시종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한골을 선취당하고는 패색이 짙었다. 팬들은 4강의 신화는 커녕 8강진출도 어려워지는구나 하는 순간에 그야말로 천금같은 골이 터진 것이다.
이제 주최국인 포르투갈과의 1전이 남았다. 그 경기 또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 틀림없다.
알다시피 「미니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이 세계청소년대회의 본선무대에 한국은 세번이나 진출했다. 총 12게임을 치러 4승3무5패를 기록,역대 종합성적은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83년 멕시코대회에서 박종환사단이 4강에 진출,이른바 「멕시코 신화」를 이룩했고 그때의 감격이 아직도 팬들의 가슴속에남아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번도 본선진출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가 이번 코리아 단일팀이 구성되면서 지역예선을 통과,대망의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그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통일의 염원을 짊어지고 지금 리스본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신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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