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0명 이상 탈당설 '선도탈당론'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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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빨리 결행해야 한다고 공감하는 의원들이 내가 알기로만 40여명 있다."

열린우리당내 '강경' 신당파에 속하는 주승용 의원은 20일 이렇게 말했다.그는 이미 탈당 의사를 거듭 밝힌 염동연 의원을 거론하며 "염 의원이 홀로 나가지 않고 세를 이뤄 집단으로 탈당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법원의 당헌개정안 효력정지 결정으로 열린우리당의 신당 논의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선도탈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법원발(發) 쓰나미'가 덮친 열린우리당에 '탈당' 후폭풍이 엎친 형국이다.

선도탈당론은 신당 논의가 지지부진해 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탈당을 통해 외부의 연대 가능한 세력과 힘을 합쳐 평화개혁 세력의 통합신당 창당을 촉진하겠단 주장이다.지난해말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선도탈당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과 고건 전 총리의 대권도전 포기 선언 등으로 한 때 주춤하는 듯 했으나 전대 준비위 결정과 당헌개정안 효력정지로 인해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그런 가운데 당내에선 40~50명이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고 이중 몇명은 조만간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도 있다.

선도탈당의 테이프를 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 받고 인사는 염동연,천정배 의원.현재 중국 출장중인 염 의원은 22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탈당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19일 "비상한 심정으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천 의원도 지금 같은 신당 논의로는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탈당 후 통합신당 추진쪽으로 고민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천 의원 측근은 20일 "천 의원이 전대 이전에라도 (탈당을) 결심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 다른 의원들과 자주 만나고 있지만 같이 (탈당)할 지, 따로 할지 전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임종석,최용규 의원 등 수도권 재선 그룹과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양형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강경파에서도 선도탈당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그림은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법원의 결정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효력정지 결정이 난 기간당원제 폐지 및 기초당원제 도입이 담긴 당헌개정안을 재의결하는 방안을 확정키로 했다.그러나 당 사수파는 비대위 해체를 요구하며 비대위 결정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빠르면 내주 중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당헌개정안을 관철시킨 뒤 전당대회 공고와 시.도당별 당원대회 개최일정을 다시 잡아 2.14 전대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방침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앙위를 소집해 당헌개정안을 의결,기초당원제로 전대를 치른다는데 이견이 없다"며 "2.14 전대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실무적 절차를 점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의 기초당원제 관철 방침에 대해 사수파는 비대위 일괄사퇴론을 들고 나와 전대가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사수파 의원모임인 혁신모임 소속 김형주 의원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다시 지도부가 기초당원제를 관철하겠다는 것은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결국 전대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며 "비대위는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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