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도 지난해 최대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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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지난해 시중은행 못지않게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순익 규모로는 은행별로 사상 최대 기록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지난해 1조300억원(잠정치)의 순이익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순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17일 밝혔다. 2005년(7968억원)에 비해 29%나 급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 "최근 몇 년 동안 신용 부문(은행) 사업을 강화해 이 부문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농협의 농촌경제사업 부문의 적자는 지난해 1200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500억원이나 줄었다.

그러나 농협의 프로야구단 인수 추진에 대한 비판여론과 맞물려 농협이 대규모 순익을 낸 것은 공공성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행도 순익 1조원 달성이 확실시된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순익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순익은 2004년 3704억원에서 2005년 7785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1조원대로 접어든 것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의 지난해 가계대출 총액은 전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또 이달 초 실시된 조직개편에서는 부유층 고객을 겨냥한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를 사업단으로 확대하는 등 소비자금융 부문을 크게 강화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666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05년의 2245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연간 순익이 보통 수백억원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실적을 올린 셈이다.

이미 2조원대의 순익을 기록했던 산업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2005년도 전체 순익(2조4217억원)의 74%에 해당하는 1조7855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도 2005년과 비슷한 수준의 순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익을 낸 것은 은행권의 전반적인 호황 이외에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관계없는 주식 처분이익, 보유 지분 평가익, 대손충당금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시중은행들과 유사한 가계 대출을 통해 올린 수익도 순익 증가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국책은행들의 유사한 정책금융 기능을 통합하고, 시중은행들과 겹치는 업무 영역을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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