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스토교수 「신세계질서속 한국」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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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향후 아태조정역은 한국”/인·예가 정책 기조돼야
경제발전단계설로 잘 알려진 미국의 월트 로스토 교수(75·텍사스대)가 시사저널초청으로 내한,1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했다.
60년대 우리나라경제를 「도약단계」로 분류,경제개발 5개년계획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로스토 교수는 「신세계질서속의 한국」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인과 예라는 유교적규범이 앞으로 한국의 대내외정책수립에 기초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강연 요지.
냉전이 예상밖으로 갑작스럽게 끝나자 다음엔 무엇이 있나,어떤 테두리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목표를 세워야할까 라는 의문이 등장했다.
냉전을 낡은 것으로 만든 분산,특히 대량파괴의 수단을 제조하는 능력의 확산을 일으킨 기술·능력의 분산이 혼란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능력과 주도권을 가진 여러 중심체들이 모인 이 각축장은 스스로 안정적인 평화를 이뤄낼 것인가. 이것이 신세계질서의 주요한 측면들이다.
최근의 걸프전은 신세계질서의 기초로서 UN의 잠재력과 한계를 극적으로 보여주었으며 신세계질서에서 지역주의역할의 중요성이 점차 명백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이 포함된 태평양 연안지역은 89년 11월 캔버라에서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 각료회의기구(APEC)를 출범시켰다. 나는 APEC의 조용한 탄생이 긴 역사속에서 볼때 베를린장벽의 종말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인구·경제력·기술력·군사적 잠재력의 측면에서 이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공동체로 지목될 것이다.
한국은 현재에도 태평양 국가내에서,또 세계에서 실질적 힘을 가진 중진국이며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태평양연안의 발전에서 한국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어떤 전통이 한국으로 하여금 적절한 조화를 유지하면서 거대하고 다양한 공동체를 꾸리는데 매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는가.
거기에서 나는 인과 예라는 개념을 배울 수 있었다.
그 개념의 저변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상호의존적 존재로 보는 관점이 깔려있고 이같은 유교적규범이 앞으로 한국의 대내외정책수립에 기초가 되어야 할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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