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넣은 돈 69조 > 증시서 조달한 돈 30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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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거래소 상장사가 최근 6년 동안 주주 관리비용으로 들인 돈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보다 39조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 경영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사주 취득 금액을 늘리고, 현금 배당을 많이 한 결과다.

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래소시장에 상장한 598개 12월 결산법인이 자사주를 사서 보유하느라 쓴 돈은 22조2311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 배당에 쓴 돈도 47조4114억원으로 나타났다. 모두 69조6425억원을 주주관리 비용으로 쓴 것이다.

반면 2001년 이후 거래소시장 상장사들이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30조7069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상증자가 27조2458억원, IPO가 3조4611억원이었다. 지난 6년간 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조달한 돈보다 주주를 위해 쓴 돈이 38조9356억원이나 더 많았던 셈이다.

주주를 위해 쓰는 돈은 또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상장사가 증시에서 조달하는 돈은 해마다 늘거나 줄었지만, 주주관리 비용으로 쓰는 돈은 2001년 이후 연평균 18%씩 늘었다. 2001년 상장사들은 주주관리 비용으로 7조7256억원을 썼으나 2004년에는 13조원을 넘었다. 2005년에만 11조8000억원대로 줄었다가 지난해는 다시 1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소 측은 "기업들의 이익구조가 탄탄해진데다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주주에게 쓰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으로 환골탈태한 기업들이 돈을 잘 번데다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주주관리 비용을 많이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이유는 자금을 조달해 그 돈으로 투자를 활발히 하면서 성장하기 위한 것인데, 주주 몫만 늘리는 것은 기업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우려해 주가관리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많다"며 "상장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몫을 주주에게 돌려주면 기업의 성장동력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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