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위진압 치사충격/사회(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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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권 비화·정국경색 조짐/두산·원진사태로 “환경비상”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태,두산전자의 제2 페놀유출사건 등은 사회가 산업화로 치달으면서 불가피하게 겪어야할 부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공해현장 피해자들이 그동안 행정이 보여준 무관심과 현행 산재보호제도 등의 허점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원진경우에서 보듯이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억울한 피해를 막아주어야할 노동부가 불신과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정책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뒷북대책만 분주
○…32년전 설립된 원진레이온 작업과정에서 배출되는 이황화탄소 등의 유독가스로 근로자들이 잇따라 숨지거나 직업병에 시달려 오고 있는데도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채 버티다가 급기야는 병에 걸린 근로자의 자살사건까지 빚어 해묵은 공해공장의 병폐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집단발생이 물의를 빚자 정부는 뒤늦게 이 공장에 특별점검반을 투입한다,매각후 지방으로 옮긴다는등의 법석을 떨었으나 사후약방문격이 되고만 느낌이다.
○조업재개 8일뒤 재발
○…영남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킨 두산전자의 제2 페놀유출사고는 지난 한주일동안 대구시민을 또 한차례 식수오염공포속에 몰아넣었다.
대구시민들은 1차 페놀무단방류사건의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페놀공습을 당하자 전례없는 분노를 터리며 두산전자 폐쇄 및 추방운동에 나서는등 국민적 저항이 새로운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1차페놀 유출당시 국민여론을 무시한채 『두산전자의 조업정지가 계속될 경우 두산으로부터 PCB(전자회로기판)의 85%를 공급받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에 3억달러이상의 수출차질이 예상되고 연쇄조업정지등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돼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조업재개를 미룰수 없다』며 두산전자의 조업재개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정부나 두산이 시설보완등 완벽한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기에 앞서 조업재개만 서두른 나머지 또 한차례 페놀유출사고를 빚고 말았다.
더구나 대구지방환경청은 두산전자의 조업정지가 재개된 9일부터 공해전담요원을 4명이나 상주시켜 시설보완작업등 조업재개 준비과정을 일일이 지도감독해 왔으나 조업재개 8일만에 또 다시 페놀유출사고가 발생,환경당국의 감시업무가 형식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대구시 수도물사태 시민단체대책회의 등 각 시민단체들이 반발,규탄의 강도가 1차 페놀오염사건 때보다 훨씬 높았고 두산전자 추방캠페인이 시전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경실련 대구·경북지부,소비자연맹등 23개 사회단체들은 「두산제품 불매 및 두산전자 추방 1백만명 서명운동」등 범시민적인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고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종교계에서도 기독교 9개교회신도 5천여명이 28일 오후 대구시내 신천 고수부지에서 대구를 환경오염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한 「대구시민 생명축제」를 가졌다.
또 가톨릭계에서는 「푸른평화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무공해세제 쓰기운동등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시위철 맞아 악재확실
○…페놀유출과 원진레이온사건이 숨가쁘게 엇갈리면서 주말을 하루앞둔 26일에는 시위대학생이 전경들의 과잉진압에 희생되는 불상사가 터져 대기업 노조들의 임금투쟁,버스파업위기 등으로 가뜩이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문제로 비화,정국마저 경색될 조짐을 보였다.<이용우 사회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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