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국민銀, 내릴 땐 앞장서더니…금리 못 올리는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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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국내 최대은행으로 리딩뱅크(선도은행)를 자임해온 국민은행이 예금(수신)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7일 예금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지만 그동안 예금금리 인하에 앞장섰던 국민은행이 유독 예금금리 인상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아직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1일 "자금 수요가 많은 다른 은행이 올린다고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으며 우리도 때가 되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연초 연 5%였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 9월 25일 연 4%까지 내렸다. 이후 시중금리가 0.4%포인트나 올랐지만 국민은행 예금금리는 두달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국민은행의 설명은 이렇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지표금리인 금융채(AAA 등급) 발행 금리에서 지급준비금.예금보험료 등 각종 부대비용 0.28%포인트를 뺀 뒤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계산에 의해 지난 9월 금융채 발행금리가 연 4.11%까지 떨어져 예금금리를 연 3.83%로 내려야 할 처지였지만, 고객 이탈을 우려해 손실을 보면서 연 4%를 유지했던 만큼 이번에 시중금리가 소폭 올랐다고 곧바로 예금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런 계산법에 따르더라도 최근 금융채 발행 금리가 연 4.53%까지 뛰어 정기예금 금리를 4.25%까지 인상할 요인이 생겼다는 지적에 대해 은행 측은 "일선 영업점장이 단골 고객에게 0.3%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지급하도록 했기 때문에 실세금리 상승분은 이미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채 발행금리가 연 4.58%를 넘을 경우 예금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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