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펀드, 과잉투자로 '유동성 덫'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트남펀드가 과잉투자 우려를 낳고 있다. 높은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베트남 증시로 투자금이 밀물처럼 몰리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작아 투자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 '유동성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25일 현재 1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초 5200억원 대비 25배정도로 성장했다. 상장 종목수도 연초 43개에서 168개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베트남의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49%로 제한된 점과 전체 종목의 우량주 비중 등을 감안할 경우 지나친 베트남 투자의 '쏠림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베트남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탁액은 총 5000억원에 달한다. 베트남 시가총액 12조8000억원 중 외국인 투자비중 49%를 감안하면 총 6조4000억원이 편입 가능한 액수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투자 가능한 우량주들을 선별할 경우 국내 투자규모는 이미 4분1가량을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마디로 돈은 밀려드는데 투자 가능한 종목이 갈수록 적어져 주식을 살수 도 없을 뿐 아니라 환매시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다른 운용사들도 서둘러 베트남펀드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런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석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베트남 경제가 성정성이 높긴 하지만 자본시장 시스템이 아직 후진적인 상황"이라며 "베트남 증시는 원시적인 시스템과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금의 일부를 분산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조동혁 한국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모집금액을 늘리고 싶지만 베트남 증시 규모를 감안할 때 운용에 부담이 돼 투자한도를 낮췄다"며 "다만 작년 11월말까지 상장 승인 신청을 한 기업이 30여 곳 정도되기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때 적립식 펀드 수탁액이 500~600억원 가량 늘어나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신우 한국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베트남 시가총액 규모가 10배 이상 성장했고 이런 속도를 유지한다면 펀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해도 유동성 문제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가 작년에 상장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적극적인 증시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어 여전히 성장성이 밝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