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한국 FTA의 수수께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오랜 구애 끝에 마침내 한국과 일본이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이 같은 결정은 다음 세 가지 고려에서 나온 것 같다.

첫째, 지난 9월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실패한 이후 WTO 협상 전망이 어두워졌다. 둘째, FTA는 나날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과 일본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한.일 양국 모두 국내 농민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일 FTA는 양국의 관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 광범위한 함의가 있다. 한.일 FTA는 동북아 시장에서 새로운 차별을 당하게 될 나라들을 자극해 이에 필적할 만한 무역조치를 앞다퉈 요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그런 움직임을 주도할 것이고 중국도 따라올 것이다. 그들 요구의 핵심은 농업일 것이다.

왜 한국은 일본과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을까? 많은 경제모형은 일본과의 FTA로 한국의 이득은 약간 '줄어들고'무역수지도 나빠질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한.미 FTA는 한국에 상당한 이득이 되며 미국은 이득은 있지만 그 규모는 매우 작다.

흥미롭게도, 모형을 돌려보면 한국은 한.중.일 FTA가 가장 큰 이득이다. 실제로 일부에선 한.일 FTA가 중국을 끌어들여 보다 광범위하게 동북아 FTA를 맺는 데 촉매 작용을 할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2002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아직 한국의 주요 수입국은 미국이지만 중국은 미국과 일본 기업을 누르고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미국은 동북아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지 않도록 애쓸 것이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품은 미국과 비슷하다. 일본 기업에 대한 우대는 (특히 반도체와 통신장비 부문에서) 한국에서 일본제품 수요를 늘릴 것이다. 미국 업계와 농민은 공평하게 경쟁하기 위해 한.미 FTA를 맺어 똑같은 우대를 받도록 해달라고 자국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는 안보동맹을 강화할 것이며, 수년간 불황과 말 많은 무역 제한조치로 인해 정체 상태였던 양국간 무역도 늘릴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를 위해 오랫동안 유지하던 한국의 섬유.의류.철강 등에 대한 수입장벽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그러나 그같이 민감한 부문을 자유화하도록 의회를 설득하려면 미국은 농업처럼 미국의 관심분야에서 의미있는 개혁을 하겠다는 한국의 약속을 받을 필요가 있다. FTA가 농업 부문의 자유무역을 반드시 포함할 필요는 없지만 협상에서 미국 농부들을 위한 뭔가가 새로 포함돼야 한다.

현재까지 한국 관료는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 이외의 농업개혁 협상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그런 정책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어떠한 FTA에 있어서도 (상대국의)농업개혁을 주장할 것이다.

인구 구성의 변화로 한국은 적어도 보호무역에서 소득보조로 농업정책을 전환함으로써 농업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을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다. 한국 농민을 과거와 다른 차원에서 지원하고, 비록 완전하진 않더라도 수입장벽을 손질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농업개혁은 경제부담을 줄이고, 정치적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처럼 한국 무역의 수수께끼는 FTA에의 참여가 농업 부문의 무역 자유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WTO 협상도 마찬가지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국은 지역적인, 그리고 WTO에서의 무역협상에서 고립될 수 있다. 한국이 해외시장에 좀더 개방적이고 안전한 접근을, 그리고 좀더 강력한 경제를 원한다면 농업정책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제프리 J 쇼트 미 국제경제硏 선임연구원
정리=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