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치른뒤 사회적 관심사로/미·일 폐기물 처리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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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매출 35억불 처리업체도 등장 미국/국민자각 높아져 법정비등 나서 일본
산업사회에서 쓰레기(폐기물)의 처리는 가장 골아픈 문제중 하나다.
아직 정착된 말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쓰레기의 처리·재생을 맡는 부문을 인체에 빗대 「정맥산업」으로 부르고 있다.
정맥산업은 크게 폐기물을 수집·운반·소각·무해화 하는 등의 폐기물처리업과 폐기물을 이용,유용한 자원을 회수하는 자원재생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같은 정맥산업의 규모는 연간 4조엔(약 21조원)에 이른다.
폐기물은 또 일반폐기물과 산업폐기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폐기물은 공공사업체가,산업폐기물은 민간기업이 각각 맡는다.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짐에 따라 정맥산업은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어떤 나라건 폐기물 처리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서야 본격적인 노력이 기울여졌다.
미국은 70년대 이른바 러브캐널사건을 경험한 후 본격화됐다.
화학업체가 다량의 유기염소화합물을 내다버려 다수의 자연유산과 내장질환자를 낸 아픈 사건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법적규제가 강화됐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고 미 환경보호국(EPA)이 정화조치를 취해야 할 때 이에 드는 비용을 책임당사자에게 보상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모체로 각 주도 다양한 법적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규제강화에 따라 이른바 정맥산업도 급팽창,이제는 웨이스트매니지먼트사나 BFI사 같은 연매출 35억달러가 넘는 거대한 폐기물처리 전문 상장기업도 등장했다.
일본은 지난 75년 6가크롬 광재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사회적문제가 됐지만 아직 제대로 근절되지 못했다는 게 자체비판이다.
무엇보다도 폐기물의 처리 및 청소에 관한 법률(폐소법)에서 정하고 있는 벌칙규정이 불명확하다는데 큰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고 그밖에도 토양오염 방지법 등이 있지만 농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차이가 폐기물에 대한 국민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비용이 들어도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절약을 해야겠다는 의식이 일본에는 아직 박약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정맥산업에 관련된 기업의 연매출이 커봐야 10억엔 정도로 영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먼저 법적책임을 분명히 해야 산업폐기물을 멋대로 버리는데 따른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는 결국 폐기물의 적절한 처리와 회수이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일본의 정맥산업 규모는 현재의 2.5배인 10조엔 산업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문제를 대하는 사회구조의 전환이 단순한 비용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넓힌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져 지난해는 산업폐수를 대상으로 했던 수질오탁방지법도 일부 개정,생활하수대책도 법으로 정했다.
일본 환경청통계에 따르면 89년 현재 하천의 73.8%,호소의 46.3%,해역의 82.4%만이 환경기준에 맞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도시내 중소하천의 오염이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오염의 주요인은 역시 생활하수(일본의 하수도율은 89년말 현재 42%)로 동경만의 경우 오염물질의 70%가 생활하수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법개정에서는 생활하수처리에 대한 지방자치제의 책임을 부여하고 국가는 기술·재정원조를 맡는 쪽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또 국민들에게도 음식찌꺼기·식용유 등의 적절한 처리,세제의 적정사용 등에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정하기도 하는 등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부족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국민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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