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 같던 백악관 상황실 LG 모니터로 리모델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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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발생 때 미국 대통령이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장소인 백악관 상황실이 LG 최신 제품 등 최첨단 시설로 단장하고 27일 재개관한다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백악관 웨스트윙 지하에 위치한 상황실에는 ▶LG가 만든 LCD TV와 일본 NEC의 플라스마 스크린 등 6개의 대형 화면 ▶5개의 보안 비디오실 ▶참석자용 랩톱 컴퓨터 ▶최신 소음 방지 시설과 휴대전화 등 외부 통신기기의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 등이 설치됐다. 또 대통령이 외국 대통령이나 해외에 주둔한 미군 사령관과 긴급 화상회의를 할 때 음성.영상이 갑자기 끊어지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첨단 통신장치도 마련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바그다드 미군 사령부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 갑자기 '지지직'대며 화면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해 화를 냈지만 이제 그럴 염려가 없어졌다. 구식 베니어합판 대신 흡음재를 사용한 벽도 등장했다.

LG 측은 "백악관이 상황실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LG전자 미국법인에 납품 의사를 물어와 협의 끝에 수의계약으로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LG 측은 "상황실에 설치된 기종은 모니터 겸용 LCD TV"라며 "이는 상황실이 각종 TV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PC 화면으로도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 측은 자사 제품이 선정된 배경으로 "2001년과 2005년 부시 대통령의 1, 2기 취임식장에 LG전자의 PDP TV가 독점 공급될 만큼 백악관의 인지도가 높았고 현지 평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LG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 자회사 제니스가 미국의 마지막 TV 제조업체인 사실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백악관 상황실은 공사가 개시되기 전만 해도 구형 브라운관 TV와 팩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또 1985년에 사용됐음 직한 구형 컴퓨터와 전화가 놓여 있었다. 이런 낙후된 시설 때문에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이동하던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과의 통신 장애로 상황 판단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문제로 백악관이 루이지애나 주정부와 긴급 연락을 할 때도 열악한 시설로 통신 두절이 잦았다고 한다. 신문은 "한마디로 시대에 뒤떨어진 토굴 같았던 백악관 상황실이 이번 공사를 통해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상황실은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설치한 백악관의 핵심 시설이다. 케네디에 이어 린든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전 공습 목표물을 선정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이 보스니아 사태와 아시아 금융위기때 상황실에 상주하기도 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서울=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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