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은」정성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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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학선수라야 자신을 포함해 두 명뿐. 중-고등부 남녀까지 합해야 채 10명도 안 되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국내환경에서 정성일은 이번 대회의 낮은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피겨사상 첫 메달 획득이라는 값진 결실을 얻어냈다.
반포고 1년 때인 지난 85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정성일은 그해 세계주니어 선수권 8위, 이듬해 같은 대회 6위, NHK배 4위, 89유니버시아드 14위, 90세계선수권 15위 등 관심의 사각지대에서도 착실한 성장을 해 왔다.
정은 점프가 다른 선수에 비해 높은데도 불구하고 착지가 안정감 있고 점프회전이 깨끗해 같은 난도라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정은 아버지 정등일(54)씨가 스케이트를 탔던 관계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정등일씨는 파트타임으로 어린이 몇 명을 지도해서 얻는 수입으로 두 형제 중 맏이인 성 일을 어렵게 뒷바라지 해 왔고 가세가 넉넉지 못해 항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금도 정의 아버지는 빙상연맹 이수영 회장의 배려로 이 회장이 경영하는 동양화학에서 촉탁 직으로 근무하며 월50만원 내외의 적은 돈으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는 형편.
정은 1m71cm·66kg의 이상적 체구로 순발력과 민첩성이 뛰어나 기술 흡수력이 빠르고 지구력도 좋은 편이나 상체가 다소 경직된 게 흠이다.
오는 12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10위 권 진입이 당면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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