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국은 “요주의” 국가/걸프전 이후 한미 통상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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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커질 무역압력에 대응해야/미,UR서 「유가안정 대가」 요구할듯
걸프전은 끝났다. 그러나 세계경제전쟁은 다시 시작됐다. 그동안 몹시 불편했던 한미 통상관계는 과연 큰 마찰없이 순항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이 형성될 국제경제질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의 한미 통상관계 전개가 당시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라크의 전면패배로 귀결된 걸프전쟁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재확인시켜주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장은 중동전쟁지역의 복구방법·전쟁배상문제 해결 등에 노력을 쏟겠지만,강화된 영향력을 통해 전쟁전에 미해결로 남겨놓았던 여러 경제문제등을 풀어나가려할 것이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은 이 가운데서도 최대관건이 되고 있다.
즉 미국은 걸프전쟁으로 유가안정에 기여한 만큼,여기서 도움을 받은 나라들로 하여금 UR협상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타결노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걸프전쟁의 종전이 임박해지자 던켈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UR무역위원회협상을 재개함으로써 미국의 압력강화를 예고해주었다.
또 재정·무역적자와 함께 계속되는 미국내의 경기침체도 대외 통상문제에 압력으로 작용하리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85년 이후 무역적자 해결방안으로 달러화약세정책을 취해왔으나 그 결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온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로 재정을 확대해 경기부양을 노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수출촉진을 통한 불황타결을 시도할 수 밖에 없고 이중에서도 일본·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들에 대한 시장개입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작년말 한미 무역실무회담등을 통해 쇠고기·포도주 등 양국 통상현안을 집중해결해온 결과,최근의 한미 통상분위기는 마찰이 심했던 작년보다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실제 지난 2월 통신협상결과에 만족을 표시,우선 협상대상국으로 지정된 한국과의 협상을 1년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의회와 업계는 한국의 과소비억제운동등과 관련해 아직도한국을 계속 「요주의」 국가로 꼽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걸프전쟁이 종료되면서 UR서비스·관세무세화와 철강·조선 등 다자간 협상은 물론,유통업개방·지적재산권문제 등 쌍무현안에 대해서도 우리측에 타결노력을 촉구해오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일련의 국제경제환경변화에 맞춰,대미 통상관계에 보다 신축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국제관계는 미소 화해이후 냉전체제가 청산되면서 경제관계가 정치·군사보다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걸프전쟁으로 잡은 주도권을 일방적으로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이는 또 하나의 경제대국인 EC·일본과의 마찰을 초래,세계경제의 불안과 이로 인한 경제블록화현상을 가속화시킬 우려도 높다.
개방·국제화는 이제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걸프전쟁은 결국 전후 국제경제질서 개편에 맞춰 우리에게 면밀한 경제대응책 모색을 요구하고 있고,한미 통상관계협상에서도 우리나라의 일관성있는 정책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위상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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